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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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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 말이지, 이번 앤 꼭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한 첩 변변히 못 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는 윤 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글세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황순원/ '소나기' 에서
상실의 아픔을 통해 얻는 성장의 체험
윤 초시네 '기집애'의 '잔망스러운' 유언이 기억 날 테지요? 그 유언을 전해 듣는 소년의 가슴에 울릴 긴 상처의 파장이 온전히 우리 몸에서 울려 퍼지는 느낌입니다. 개울물, 조약돌,비단조개, 무릎생채기, 그리고 소나기 올 때 업고 개울을 건너다 물이 옮은 소녀의 스웨터…그 모양새며 풍경이 눈 앞에 선명한 그림을 그려 놓는군요. 황순원(1915-2000)의 <소나기>는 그런 생생한 감각, 생생한 심리묘사로 어린 날 사랑의 열림과 상실의 아픔을 통해 생의 진실을 깨닫는 성장과정을 더 없이 인상 깊게 담아 냈지요. [박덕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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