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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발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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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잔뜩 집힌 채 비틀어진 문틈으로 그의 어머니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자! 가자!"
미치면 목소리마저 변하는 모양이었다.(…)
"가자!"
철호는 또 한 번 귓가에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범선의 '오발탄' 에서
외마디 절규의 섬뜩한 일깨움
정신 이상의 어머니, 미군에게 몸을 파는 누이, 아이를 사산(사산)하고 죽게 될 아내,철모르는 어린 딸…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월남인 가족의 가장(家長) 철호는 가족 누구에게로도 가지 못한 채 택시 안에서 기절해 버렸습니다. 이범선(1920-1982)은 분단이 휘두른 폭력에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 이들에게 '신(神)의 오발탄'이란 이름을 부여했군요. 출구는 없고 발 아래 파탄의 심연이 넘실대는 막막한 위기감의 한가운데를 미친 어머니의 "가자! 가자!" 거듭되는 외마디 소리가 섬뜩하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정호웅·문학평론가]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영화/'오발탄(이종기 감독)'에서
리얼리즘 한국영화의 대표작에 느낌표를 찍는 마지막 대사다.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라고 투덜대자 철호(김진규)가 독백하듯 중얼거린다. 실성한 노모를 모신 철호는 어린 딸의 새 고무신을 들고 집에도 가야 하고, 아내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도 가야 하고, 은행을 털다 수감된 동생도 면회해야 한다. 이 자조적인 대사엔 전쟁 직후 암울한 한국 사회의 풍경이 투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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