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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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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날개'에서
꺾인 날개짓으로 불행한 시대를 견디며
누구나 한 번쯤 되뇌어 보았을 '날개'의 마지막 대목이지요. '박재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하고 짐짓 자신의 소외를 시대의 탓으로 돌린 '가짜 천재'도 많았지요. 매일 접대부 아내에게 밀려나 정처 없는 그 무기력한 사내의 비극을, 다만 식민지 시대의 작가 이상(1910-1937)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진정으로 삶의 밑바닥에서 자신을 느낀 사람만이 절망을 말할 수 있습니다. "날자, 날아보자꾸나!" 청년 이상의 고통스런 날개짓이 지금도 나의 창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군요. [박덕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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