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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희망을 가진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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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가진 벌레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잠을 자다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기가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이 소설의 서두이다. 미혼 청년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제품회사의 유능한 외무사원이다. 그는 자기의 수입으로 늙은 부모를 모시고 여동생의 학비를 대며 궁색하지 않게 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또한 그는 아버지가 진 빚까지 갚아 나가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 가정의 희망이요 주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침대 안에서 그만 한 마리의 흉칙한 벌레로 변신하고 만 것이다. 변신한 그레고르는 몸만 변했을 뿐 그의 정신과 의지는 점점 더 분명해져 가고 있었다.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지는 하루 하루 벌레의 습관에 익숙해져 간다.
그는 점점 거칠어져 가는 여동생 그레테의 태도에 실망을 느낀다. 그는 부모가 자기 몰래 얼마의 돈을 저축해 두었다는 새로운 사리, 그리고 잘 걷지도 못하던 아버지가 원기 왕성하게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는 사실 등을 알고 난 후, 자기가 기만당했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자기가 없이는 단 한 달도 살 수 없을 것 같던 가족들은 저마다 비장해 두었던 돈가 여분의 정력을 가지고 있었다. 습기 찬 골방에 갇혀서 그레테가 넣어주는 맛없는 음식에나 입을 대보고, 온 종일 수많은 발들을 움직여 좁은 방안을 헤매기나 하는 그레고르, 모든 희망이 끊겨진 그는 이제 한낱 더럽고 창피스런 집안의 추물에 불과했다. 그레그르는 죽기를 결심하고 단식에 들어간다. 마침내 그가 죽던 날, 식구들은 오히려 기뻐하며 그 동안 더럽혀진 집안을 청소하고 늙은 가정부를 시켜 그레고르의 시체를 했다.
불쌍한 그레고르 잠자는 결국 희생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왜 벌레가 되어 버렸을까? 그리고 카프카가 말하는 벌레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자가 20세 되던 1906년에 발표된 단편 "시골의 혼례 준비"에는 라반이라는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번거롭고 귀찮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역으로 달려가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에 빠져 버린다. "나는 침대에 파묻힌 채 내 육체만을 내보내면 안될까....내 육체는 내 대신 만사를 실패없이 해주리라. 그 때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는 커다란 딱정벌레나 풍뎅이 모양을 하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9년 전의 라반이 마침내 그레고르로 발전한 것이란 말인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권태로운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어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돛을 올리고 떠나간다든가, 혹은 율리시즈처럼 끝없는 모험의 장도에 오르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현실에서 떠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카프카에 의하면 개인이란 문명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기구 속에 끼인,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조그마한 부속품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레고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간은 현실을 도피할 수도 없고, 또 그 한 부분이 될 수도 없다. 저자의 장편 "성(城)"을 보면, 어떤 건축기사가 축성공사를 하기 위해 성에 초청을 받는다. 그는 곧 출발했으나 성안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는 수 년 동안 성 주변 이곳 저곳을 돌며 입성할 틈을 엿보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
괴테의 시대처럼 개인이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내면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조화와 도피, 이 양자가 불가능한 상황 아래 사는 인간은, 전자의 좌절에서 부조리와 고독을, 그리고 후자의 불가능에서 불안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우리가 비록 문명한 사회 속에서 한 마리의 벌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희망을 가진 벌레가 되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어떤 시련과 굴욕이라도 인내할 수 있다.
내 옆구리와 배에 수많은 작은 발들이 솟아나기 전에, 내 등에 딱딱한 파충류의 회피가 씌워지기 전에, 그리고 내 지각이 더욱 예민해지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돌아서기 전에, 보다 높고 고상한 희망을 찾ㅈ아보도록 하자. 아직 희망을 가지지 못한 이들응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혹 내가 벌레가 되지난 않앗나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자기 몸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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