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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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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박경리의 토지는 5부 16권으로 되어 있는 대하 소설이다. 역사와 운명의 대서사시라고 일컬어지는 토지는 개인사, 가족사, 생활사, 사회사 등을 포괄하는 총체 소설이라고 한다.
'토지'에서는 애증의 운명을 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최치수, 당시 시대가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개척하고 가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며 진지하게 살아가는 서희와 길상 등의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서희의 운명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어 고아가 된 후 조준구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자기 집안의 하인인 길상 등과 함께 용정으로 이주한다. 윤씨 부인이 비밀리에 남긴 금괴를 처분한 돈을 밑천으로 하고 전쟁을 계기로 막대한 부를 이룩해서 몰락한 가문의 부흥과 귀향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삶는다. 조준구에게 복수하고 한 때는 일본인이 지은 절에 시주하기도 하였다.
비록 많은 돈을 벌면서 당시의 세상에 적응하여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려면 친일적으로 사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애국자는 아니구나, 가문을 부흥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상현과의 은밀한 사랑을 냉정히 정리하고 길상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고 빼앗긴 토지의 대부분을 회수하고 귀국을 감행하면서 길상과 헤어지게 된다.
서희의 두 아들 환국과 윤국. 그 중에서 윤국과 짝을 맺을 며느리로 양현을 맞이하고자 하지만, 양현의 거부로 실패하고, 길상의 재수감, 윤국의 학병지원으로 인하여 서희의 마음속에는 또다른 그늘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과 좌절은 그 동안 방어적이고 폐쇄적이던 서희의 마음을 열어놓는 계기가 되어 강한 성격에서 부드러운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서희의 모습에서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음질하고 사진의 삶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자세가 감동적이었다. 만약에 내게 그러한 상황이 닥쳐 왔다면 그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서희의 모습은 작가인 박경리의 삶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리도 서희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사건을 여러 차례 겪었고, 심지어는 암까지 걸려 수술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6년간 집필하고, 원고지 3만매가 넘도록 작품을 썼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를 끌어 안고 죽음과 고독을 이겨낸 작가야 말로 위대한 정신적 승리자였다! '토지' 작품 자체에서 드러나는 위대함도 있지만 작가 또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어쩌면 작품보다도 박경리 작가가 더 위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구한 말에서 해방까지 격동의 근대사를 장식한 작품 '토지'는 한의 역사를 이겨낸 문학의 위엄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에 맞서 작가로서의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만들어진 토지는 정말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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