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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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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랑의 가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읽고
김진아
하얀 달빛처럼 고요히 퍼지는 풍금 곡 조, 천사와도 같은 부드러운 노랫소리 가 조용한 밤공기 속에 살며시 번져 나간다. 그러나 그 고운 음악소리는 어느 새 빛나는 눈물로 변하여 그녀의 두 뺨을 적신다.
항상 소리없는 눈물로 쓸쓸하게 끝을 맺는 풍금소리…. 밤을 울리는 그 풍금 곡조는 한 폭의 한국화 만큼이나 은은 하고 담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 나 그 은은한 아름다움 속에 녹아 흐르 는 그들의 사랑은 눈물겹게 힘들 뿐.
결혼 1년만에 사랑하는 이를 잃고 어 린 딸과 쓸쓸하게 살아왔던 어머니에 게 찾아온 가슴 설레는 사랑. 그 사랑 은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깨어질 뜻 조 심스레 다가왔다.
어린 딸 옥희의 손으로 건네진 하얀 봉투 하나. 하숙비와 함께 곱게 접혀 져 있는 사랑손님의 마음이 쑥스럽기 만 했다. 편지를 읽는 어머니 마음은 마른 꽃을 찬송가 갈피에 꽂을 때보다 더 떨렸으리라. 그 얼굴 붉어지게 만 드는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은 당황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느 껴지고 있다.
"시험에 들지 말게…… 시험에 들지 말게……."
그런데 그들의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회, 1930년대의 사회였다. 그 당시의 현실은 그런 식의 사랑을 전통적이고 봉건적인 잣대로 싸늘하게 바라보았 다. 같은 예배당에 있으면서, 같은 집 안에 살면서도 내외한다는 소문이 두 려워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 그들 의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그런 사회 를 무시하고 사랑을 이루긴 힘든 일일 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 시대의 현실 이 어떠했을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 어 혼란스러웠다.
두 사람이 용기만 있었으면 이루지 못할 것도 없으련만. 그런데 소극적인 자세의 사랑손님과 다소곳한 전통여성 을 떠올리게 하는 보수적인 어머니에 게 그럴만한 용기가 있으리라고는 ……. 아니, 두 사람 뿐이었다면 사랑 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 사람 사이의 아이, 옥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포기된 것이 아니었을까.
전통적 가치관의 뿌리가 남아있는 현 실에서 혹시 좋지 못한 소문이라도 돌 아 밝게 자라야 할 어린 딸이 사람들 로부터 비난받는 아이가 되지나 않을 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즈음 사회가 개방적인 편이라 그렇듯 좌절되는 안타까 운 사랑도 적지만 자신들의 삶을 위해 어린 자식을 버려서라도, 부모님을 살해 해서라도 사랑을 얻어내는 일부사람들 에 비하면 그들의 생각은 신중하고 조 심스러웠다고 칭찬해 줄만하지 않은가. 1930년대 그들의 사랑에 비하면 오늘날 의 사랑은 너무 쉬운 것일지도 모르겠 다. 쉽게 만나 사랑하다가 쉽게 헤어지 는 너무나 쉬운 사랑이 많다고 하니, 그 런 간단한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 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렇게 쉽게 이루어진 사랑이 평생동안 변치않 고 이어질 수 있을지 말이다. 나는 차라 리 이루어지지 못한 1930년대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사랑의 결실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현실 속에서 좌절된 가슴 아픈 그들의 사랑은 그 누구의 사랑보다 아름다웠다 고 생각한다.
그들은 봉건적인 사회제도와 전통적인 틀의 답답함 속에서 끝내 사랑을 포기 했다. 용기없고 답답한 사랑이라고 평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 시대 가 본받아야 할 참된 사랑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나는 아직 사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아저씨의 곱 게 접은 편지 한 통, 어머니가 삶은 달 걀에 담은 소박한 정성과 사랑은 그 어 느 사랑보다 진실된 진짜 사랑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탄 기 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쓸쓸해 보이지만 그 진실되고 아름다웠 던 그와의 사랑은 영원히 그녀의 마음 속에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 설에서처럼 현실의 제약으로 사랑의 좌 절을 처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시험 에 들어 힘겨운 사랑이 때로는 더 아름 다운 사랑으로 진실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창신여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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