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곡
|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장명훈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작품 <신곡>은 서곡(2곡), 지옥편(34곡), 연 옥편(33곡), 천국편(33곡)으로 해서 총 100편의 13세기 이탈리아의 대서사시이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명문구가 많다"고들 하는데, 나로서는 하나하나의 문구자체보다 는 각각의 테마를 구성하는 서사의 장들이 치밀하다는 것, 그리고 지옥과 연옥, 천 국의 편들이 작자의 개인적인 생애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무엇보다 현실 타개의 의 지와 집념을 한 시도 놓지 않은 애정이 있음에 감탄하게 되었다. 신학적인 토대의 근거에 의한 테마 구성, 그리고 그의 철학과 기하학, 신학, 사랑 의 담론이 냉철하게 구성된 것은 단테 알리기에리 자신의 생적 고찰이 스스로의 수 양을 거듭하여 그대로 내비쳐진 것임을 의심할 나위가 없다. 주지할 만한 사실이 있는데, 이러한 생의 담론들은 시공을 초월할망정 한시도 이들 의 시공간적 배경이 생을 초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테의 시선은 다분히 그가 정 치적인 집념을 놓지 않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당시의 교회세력에 대한 시점, 그리고 그가 바라는 시앙의 진정성에서 절대로 떠나는 법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평론가 크로첼이 적절한 지적으로 논평을 한 바 있다. <세계로부터의 도피, 하느님에의 절대적 귀의(歸依), 금욕주의 등은 단테의 정신에 있어 이질적인 것이었으므로 천국편 안에 이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단테는 세상에 서 도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에 교훈을 내리고 세상을 바로잡고 또 개혁하려 고 천상의 지복(至福)에 대해 언급한다. 물론 천상의 지복의 아름다움과 기쁨도 느 꼈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세의 일과 그 사업, 그 정열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단 테는 인간적인 세상에서 신적인 세상에로 옮겨지는 데 대한 경이를 지고천(至高天) 에 와서 말했을 때도 피렌체를 잊지 않았다... 하늘과 땅이라는 두 개의 세계가 공 공연한 대조 가운데 표시되었을 때도 신적인 것이 인간적인 것에 이겨서 그것을 철 저히 내몰아 버렸다고는 아무리 보아도 말할 수가 없다.> - 크로체 <단테의 시> 신곡에서의 지옥편에서는 그가 경멸하고 맹렬히 비난을 쏟아붓는 당시 이탈리아의 인성과 체계들을 비난하고 있고, 연옥편에서는 그가 방황하고 번뇌한 시기에서의 배 경상황을 조심스럽게 주조하고 있으며, 천국편에서는 그의 이상향의 세계를 담아놓 은 대목이 많다. 그는 사후의 세계들에 대한 여정과 묘사를 통해 자신의 현실에 대 한 시선을 유추,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은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신곡 천국편에서는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영혼을 정화시켜 세계관을 재정립하려는 사랑의 담론이 스미어 있다. 작품에 서는 베아트리체가 완전 불멸의 미를 상징하는 안내자로서 그를 인도하고 있으나, 실상으로는 그가 베아트리체에 사랑의 담론을 투사시켜 실체험을 가능케 하려는 시 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신곡의 전편을 읽는 동안에 기억이 흐릿해지고, 대부분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몇 장 을 넘기기도 채 전에 망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곡 천국편의 제 33곡의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긴장감은 일소될 수 있었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내 공상의 힘도 이 높이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은 벌써 내 마음을 한결같이 도는 수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태양과 뭇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고 감각으로 기억된 하느님의 본질이 "우주에 대한 사랑"으로 끝나듯이 그가 대서사시가 집필할 수 있게 한 것은 "사랑"에 관한 신념이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든다. 전체 100곡에서의 마지막 구절이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을 보며, 감격의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
|
|
|
|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