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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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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가 또 하나의 한나에게
『나무를 심은 사람』장지오노, 두레출판사
서울사대부여중 2-8 최한나
한나야! 이렇게 내 자신의 이름을 불러 보니 왠지 어색하구나. 너와 나는 하나의 몸이야. 하지만 내 자신의 내면에는 여러명의 한나가 있다고 난 자주 느낀단다. 지금 난 그들 중에서 미래를 걱정하고 뭔가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한나에게 편지를 띄운다.
너는 네 자신이 무엇인가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관심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그리고 능력의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도 해. 하지만 무엇이 소중한 사람일까? 무엇이 훌륭한 사람일까? 이름 있는 과학자? 예술가? 그래, 넌,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넌 무엇인가 훌륭한 일, 소중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잖아. 그게 무엇일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
난(넌) 지금까지 재능 있는 분야에 내 모든 능력을 투자해서 이름을 알리고 명예를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중하고 훌륭한 일이고, 그렇게 명예를 얻은 사람이야말로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
그런 네게 여기 이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사람은 결코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을 소중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것은 아마도 널 매우 혼란스럽게 할거야. 하지만 찬찬히 이 사람을 만나보면 너의 그 혼란스러움이 차츰 엷어질 거야. 이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책은 정말 너무 얇고 작아서, 그리고 가벼워서 처음에는 별 내용 없는 시시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아름다운 가르침과 감동은 무엇보다도 크고, 무거운 것이었단다.
아주 황폐한 황무지를 본 적 있니? 아마 사진이나 책에서 몇 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거야. 거기에 자라는 건 생명력 강하고 끈질긴 잡초 정도. 그것도 몇 안되어서 그곳은 마치 아무 것도 없는 죽음의 장소 같지. 게다가 그런 곳에는 사람도 몇 살지 않잖아. 그런 황무지는 아무 쓸모 없을 거라고, 그 곳은 버려진 땅이라고 넌 늘 생각해 왔겠지. 그런데, 너 상상할 수 있니? 그런 죽음의 공간이 푸르른 나무들과 동물들의 생명력 넘치는 소리들로 가득 차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불가능 할 것 같지? 그런 불모의 땅에서 어떻게 나무가 자라겠어. 기껏 씨를 뿌려 봤자 얼마 안가 가엾게도 말라죽고 말겠지.
그런데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오직 자기의 두 손만으로 이뤄낸 사람이 있어. 바로 엘제아르 부피에. 이 사람은 거친 황무지에서 개하고 단 둘이 서만 살면서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 그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계속 해왔단다. 어떻게 보면 정말 황당하고 미친 짓 같지? 넌 아마 이 사람을 비웃었을 거야. 이득도 없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너로써는 생각도 못할 일이잖니?
하지만 이 사람은 수년 동안 정성을 들여 오직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만을 해오며 그 황무지를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숲으로 만드는 기적을 일궈냈단다. 그의 그 힘들고 끈기 있는 노력 덕분에 그 곳은 아름답고 기름진 곳이 되었고, 곳 사람들이 옮겨와 행복하고 즐겁게 살게 되었지, 그 사람들이 생각이나 했을까?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사는 아름다운 그곳이 몇 년 전에는 불모의 황무지였고, 그 곳을 아름다운 숲으로 바꾼 것은 한 이름 없는 노인이 수년간 노력해서 얻어낸 결실이라는 것을....
넌 아마 이 사람을 보면서 답답함도 느꼈을 거야. 그렇게 노력해봐야, 자기만 힘들고 정작 힘들여 그곳을 변화시킨 그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돌아오지 않으니. 그런 그의 공로를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그 사람은 정말 괴짜인 것 같이 느껴지지. 전혀 희망이 없는 땅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가꿔 숲을 만들 황당한 생각까지 하다니.... 숲을 만들어봐야, 그게 뭐야. 그게 가치 있는 일이나 할까.
하지만 생각해봐, 세상을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엄청나고 훌륭한 일인지. 지구의 한 귀퉁이나마 생명의 이슬방울이 싱그럽게 맺혀있는 푸른 곳으로 만드는 일이.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자기의 공로를 인정받으려는 노력 없이 묵묵히 계속 나무를 심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지.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구는 겁니까? 세상 사람들은 당신이 만든 숲을 보고 경탄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면서도 정작 그 숲을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숲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분 나쁘지도 않나요? 세상 사람들에게 “이 숲은 내가 몇 년 동안 땀흘려 일궈낸 것입니다”라고 말하라구요. 그래야만 당신이 그 두 손에 굳은살을 박아가며 들인 정성과 노력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넌 아마 이렇게 라도 외쳐주고 싶을 거야. 하지만..그저 공로를 인정받고 이익을 얻기 위해 한 일이라면 그가 한일이 그토록 값어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까? 아닐 거야. 나무를 심는 일은 다만 그의 신념에서 한 일이고 그가 미래의 푸른 숲을 꿈꾸며 한 일이기에 그토록 아름답고 훌륭한 일일 수 있는 거야.
한나야! 네가 진정으로 훌륭한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네가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의 모습을 닮으렴.
진정 가치 있는 사람의 모습은 네가 생각하듯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빛을 내며 많은 사람들을 눈부시게 하는, 그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명예를 얻어 사람들의 꼭대기에서는 것이 아니란다.
오히려 나무를 심은 그 노인처럼 묵묵히 사람들 사이에 가리어서 자신의 이마에 땀흘리며 자신의 두 손을 거칠게 하며, 어둡고 더러운, 또는 거칠고 쓸모 없어 보여 다른 사람들이 버린 이 세상 한 귀퉁이를 보다 더 아름답고, 보다 더 평화로운 곳, 보다 더 따뜻한 웃음이 있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일게다.
한나야! 기억해 두렴, 네가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혼자 제목대로 핀 화려한 겹장미보다 하나하나 볼 때는 볼품없어 보여도 여럿이 모여 빈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는 풀꽃 한 송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서울사대부여중 독서신문'책과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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