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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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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즈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능인중학교 3학년 박서훈
늘 책장에 꼽아두고 있었지만 쉽게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책. 나에게 ‘위대한 유산’은 그러한 책들 중의 하나였다. 어느 날 고전의 향기를 맡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 책을 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지하게 그 맛을 음미하며 읽은 것 같지는 않다. 바쁜 생활의 틈틈이 조금씩 짬을 내어 읽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만이라도 책 속에 몰두하려고 노력했기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이나마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따스한 인간의 모습을 지금 쓰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핍은 외딴 시골에서 부모님 없이 누나와 매부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따스한 매부를 가졌지만, 엄격하기만 한 누나와 이웃들 사이에서 다소 음울한 시절을 보내던 핍은 어느 날 우연히 탈옥한 한 죄수를 만나게된다. 그와의 만남은 곧 이은 그의 체포로 인해 짧게 끝나게 되지만 핍에게는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어둡고 무서운 바깥 세계의 일면을 핍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핍은 해비샴이라는 한 부유한 마님의 저택에 불려가게 된다. 깊은 상처를 안고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그녀는 핍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젊은 시절 깊은 실연의 상처를 입은 바 있는 그녀에게는 어린 핍 조차도 그녀가 복수해야할 세계의 일부분이기에, 양녀 에스텔러를 통해 핍을 경멸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에스텔러는 핍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얼음같이 차가운 마음을 지닌 그녀는 핍을 한없이 비천하게 만든다. 누나와 이웃들의 구박 속에서 움츠리며 살아오던 어린 핍은 에스텔러의 경멸을 통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천한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서 ‘신사’가 되기를 갈망하게 된다. 에스텔러의 옆에 당당히 설 만한 신사가 될 수 있기를 말이다.
그러던 그에게 ‘위대한 유산’이 상속된다. 익명의 누군가가 핍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서 그가 ‘신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핍은 런던으로 떠나기를 택한다. 그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선생 비디와 매부 조의 따스한 사랑이 남아있지만 그는 신사가 되기를 택하는 것이다.
런던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핍이 그리도 꿈꾸어왔던 도시에서, 상류층의 사교계를 거닐고, 풍족한 돈을 가지고서 높은 수준의 학식과 교양을 쌓게되지만, 에스텔러의 옆에도 자랑스럽게 설 수 있지만, 핍은 결코 행복해하지 못한다. 런던의 모든 것은 너무도 차갑고 표면적일 뿐, 그 어느 하나도 그의 마음을 안정시켜줄 따스함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가 유일하게 평온함을 느끼는 것은 그의 친구 허버트에게서 이다. 허버트는 귀족의 자제이지만 그의 어머니 혹은 친척들이 추구하는 부, 명예 혹은 전통을 좇지 않는다. 지나칠 정도로 착한 그는 마치 핍의 매부를 연상시킨다. 핍은 허버트에게서 그의 생활에서 유일한 따스함을 느낀다. 그러하기에 또한 핍 그 자신이 허버트의 은밀한 후원자가 되어 줌으로써 그와 그의 약혼녀에게 행복한 삶을 선사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핍이 이러한 황폐함만을 안겨주는 런던에서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그를 신사의 길로 이끌었던 대상, 즉 에스텔러를 향한 사랑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해비샴이 에스텔러를 자신과 맺어주고자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의 후원자 또한 해비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찾아온 한 부랑자를 통해 그의 후원자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은 핍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게 된다. 핍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탈옥한 죄수의 모습. 그 천하고 거친 모습이 바로 그 후원자의 실제였던 것이다. 핍은 처음에는 그 천박한 후원자로부터 아무런 고마움도 사랑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에스텔러와 맺어질 수 없는, 가장 천박한 자에 의해 신사가 된 스스로의 운명을 슬퍼할 뿐이다. 핍은 에스텔러에게 작별을 고하게 되지만, 에스텔러의 심장을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해비샴의 얼어붙은 마음은 다소나마 녹이게 된다. 그의 후원자의 출현과 더불어 그는 더 이상 신사의 길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그 동안 그가 얼마나 부질없는 추구와 헛된 욕망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인식하게 되고, 해비샴은 이런 핍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너무도 깊은 상처를 남겼던 스스로의 사랑했던 감정에 분노한 나머지 감정 그 자체를 얼려버렸던 그녀, 그녀는 핍에게서 진정 행복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순수한 감정, 애정을 가지고 소박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되는 것이다.
핍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진실된 자신에 대한 자각이기도 했으니 비로소 핍은 진정한 삶의 지표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혐오스럽기만 했던, 범죄자였던 후원자였지만 그를 안전하게 국외로 도피시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핍은 그에게서 애정 깊은 은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탈출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지만 그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면서 핍은 그에게 진실로 귀중했던 것, 그를 진실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서 핍은 매부와 비디에게로 돌아간다. 여전히 그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두 진정한 신사에게로 말이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결코 물질 또는 명예가 우선은 아닐 것이다. 이에 앞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우리의 삶은 행복할 수 있다. 이러한 자명한 이치를 가지고서, 소설의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나는 삶의 방식과 의미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관습과 가식으로 덮인 도시, 런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름대로의 따스한 가슴과 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은 결코 인간은 사회적인, 물질적인 추구 속에서 차가운 겉가죽과 머리만을 가지고는, 서로에 대한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쩌면 그러한 사랑을 쉬이 잃을 수 있는 그런 사회인지도 모른다. 정보화, 디지털의 물결 속에서 인간 사이의 훈훈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따스한 사랑을 결코 잃어버리지 않도록 늘 온 몸에 뿌려 두어, 나에게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에게 늘 전해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능인중학교 독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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