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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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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없다"를 읽고
고2 유진희
뉴스를 보면 방금 전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 수 있다. 이젠 일본이란 나라의 소식들이 뉴스의 이야깃거리에서 제외될 수 없다. 국민의식 계몽을 위해 쓰인 글들엔 일본의 성공담이 적혀 있다. '그들의 세계 2차 대전으로 황폐해진 국토와 국민들의 마음을 단합된 힘으로 다시 일으켜낸, 검소하고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성실한 민족이다. 비록 우리나라를 침략해 우리 민족의 꿈을 파괴시킨 민족일지라도'라고.
우리나라가 항상 낮은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강대국 앞에서 일본은 당당하다. 엄청난 돈을 양손에 쥐고 있기 때문 일거다. 과연 여기 이 한국의 작은 여인은 무엇을 믿고 그 거대한 나라, 일본을 없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단점이 없을 수는 없는 법. 하물며 군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에 단점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일본이란 나라의 잘못된 점들을 나열해 놓고 일본은 없다 라고 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건 아무래도 좀 우습지 않은가. 그것도 과거 35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로 고통받았던 나라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우리 이웃에 있는 나라가 세계가 두려워하는 경제대국이 되었고, 이제는 정치, 문화면에서까지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면 그것을 보고 어떻게 배 안 아플 수 있겠는가. 그 아픈 배로 한 번 일본을 쑤셔나 보자 하는 심보로 이 책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을 욕하면 안 된다고, 잘못은 용서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또 세계는 하나다, 민족과 이념을 초월해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은 가까운 이웃을 비방하고 있다. 남을 비방하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 치졸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읽어가면서도 읽기 전에 했던 생각들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다만 내가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의도다. 일본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한다거나, 머지않아 일본이 사라질 거라는 의미에서의 '일본은 없다'가 아닌 우리 한국 민족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극단적으로 양면의 모습을 한 일본은 없다라는 의미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 우리 민족 정신을 악착같이 지배하고, 많은 사람의 육신을 빼앗아간 그런 원수로의 일본, 막연한 사대주의로 우리의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 된 부러운 나라 일본, 그런 극단적인 모습을 한 일본은 현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에 매달려 일본인들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무방비 상태로 일본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이 있다. 이런 양면성이 우리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해결해야 한다. 극과 극으로 존재하는 일본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민족의 과거 악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과거의 아픔에만 얽매였던 집착의 끈을 끊을 때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함께 끊어버려야 한다. 물론 한 많은 인생을 사신 우리 조상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이 받은 상처와 아픔들이 아리고 부끄럽다고 해서 감추기만 해 왔었다.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 아물 수 있도록, 다시는 그 상처가 곪지 않도록, 또다시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드러내고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기심과 무감각으로 역사와 사회의 일들에 무뎌져 가고 있는 이 세대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에 의해서 우리 민족의 뿌리와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게 될까 두렵다. 머지않아 새 시대의 주역이 될 우리들 스스로 민족의 근원에 자부심을 갖고 다른 민족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때이다.
조상들의 한을 모른 척 묻어버리지 않고 우리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시대의 큰 흐름의 일본을 무조건 배타하지도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이제는 과거와 현재, 그 역사의 혼란 속에서 과감히 탈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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