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시슬레는 모네, 피사로와 함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평생을 프랑스에서 살아 국적은 영국이지만 프랑스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슬레는 프랑스에 정착한 부유한 영국 상인의 아들로 한때 아버지의 권유로 가업을 잇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상업에 종사했습니다. 이 때 시슬레는 자연주의 화가였던 컨스터블과 터너의 풍경화를 접하고 화가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으며, 다시 파리로 돌아온 시슬레는 C. 글레르의 아틀리에에서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 르누아르와 친분을 쌓기 시작합니다.

1862년 C. 글레르의 아틀리에를 떠난 시슬레는 파리 시내에 작업실을 마련하지만 주로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특히 모네를 따라 퐁텐블루로 숲에 가서 풍경화를 그렸으며 일찍이 코로와 바르비종파(바르비종파는 1835 ~ 1870년경 파리 근처 퐁텐블로 숲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에서 머물며 활동했던 프랑스 풍경화가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요한 화가로는 '바르비종의 일곱 별'이라 불리는 J.밀레, T.루소, C.코로, J.뒤프레, 디아즈 게 라페냐, C.트루아용, 도비니 등이 있습니다. 이들 바르비종파의 특징으로 자연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들 수 있으며, 이들은 실내 제작보다 직접 자연으로 나가 그 속에서 풍경을 그렸습니다. 바르비종파는 후에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이들도 퐁텐블로숲을 근거지로 삼고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의 영향을 받은 그는 구성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드넓은 하늘과 길의 원근으로 입체화된 정경을 즐겨 표현했습니다. 1866년부터 1870년까지 시슬레는 바르비종파의 계승자로 인정받고 싶은 자신의 염원이 담긴 풍경화를 매년 살롱에 출품하기도 하였습니다.

1870년에서 1871년까지, 파산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두 자녀와 아내의 생계를 위해 그림을 팔아야 했던 이 시기의 시슬레는, 늘 가까이 지내던 모네와 르누아르와 함께 인상주의의 길을 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1875년부터 회화의 방향을 모색하던 시슬레는 1876년 《마를르항구의 만조》에서 독창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1880년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거듭하게 됩니다.

1880년 이후, 시슬레와 같은 길을 가면서도 그와는 달리 호평과 관심을 끌던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등과 비교해서, 인상주의의 아류, 유사 모네 정도로 평가절하 당하던 시슬레는 환멸을 느끼고 퐁텐느블로 숲 근방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실제로, 시슬레기법(눈과 비를 안개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법과 숲과 투명한 물의 반사 효과 등이 그가 남긴 작품들에서 잘 드러납니다.)은 당시 성공을 거둔 인상주의 화가들과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으며, 시슬레는 한 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탐구하는 자세로,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가지고 그 장소를 표현하려 노력하였습니다.

1899년 사망할 때 까지 그림 애호가이자 부유한 화상인 뒤랑-뤼엘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날리지 못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시슬레는 ‘누가 진정 인상주의 화가였는가?’를 묻는 마티스(프랑스 화가)의 질문에, 피사로(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는 ‘단 한 작가 시슬레’라고 답했을 만큼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였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밤나무 숲의 오솔길》(1867), 《아르장튀유의 길》(1872), 《마를리항구의 만조》(1876), 《루브시엔, 겨울》(1874), 《홍수 속의 보트》(1876) 등이 있습니다.

▶ 《마를르항구의 만조》(1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