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스페인)의 화가.
에스파냐 펜테토도스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교회 제단이나 기물 등을 금으로 도금하는 직공이었으나 배우지 못해 글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14살 때부터 후기바로크 화가 H. 루산에게 그림을 배웠으나 왕립 미술아카데미 선발 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그의 미술 재능은 고향 선배인 궁정화가 바이에와를 통해 당대 최고의 화가 멩스(1728~1779)를 만나면서 전기를 맞습니다. 멩스는 당시 석조건물 벽을 장식하던 태피스트리의 밑그림인 칼톤 그리기 작업을 알선해주었고 고야는 이 일로 명성을 떨치면서 43살에 궁정화가가 됩니다. 46살 때 귀머거리가 되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회원, 궁정화가로 지냈으며, 1798년에는 카를로스 4세의 수석 궁정화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야는 궁정화가였으나 사회비판적인 작품 활동도 하였는데 1797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동판화집 《로스 카프리초스》는 마녀와 악마에 대한 미신에 사로잡힌 스페인의 풍조와 귀족과 성직자의 타락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당나귀와 괴물로 표현하고 그런 당나귀나 괴물을 짊어지고 비틀거리는 민중의 고통을 묘사했으며 ‘주둥이만 까진’ 지식인과 의사를 비난했습니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1808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략하고 민중을 학살하게 되자 시민봉기가 일어나고 6년간 독립전쟁이 계속되면서 더욱 깊어집니다. 전쟁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고야는 1810년부터 6년간 《전쟁의 참화》라는 판화집을 만듭니다. 말년에는 부정적인 인간상과 성직자를 고발하는 작품 《C화집》, 약육강식의 권력의 세계를 풍자한 작품 《제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등을 내놓았습니다. 이 작품은 사지가 찢겨진 채 피를 흘리고 신음하는 사람을 그렸는데 이를 두고 한 스페인의 철학자는 고야를 ‘괴물’로 불렀으며, 고야는 자신이 괴물이 아니라 이러한 작품을 만들게 한 ‘더러운 권력’을 바로 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야를 근대회화의 창시자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그의 작품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근대적인 나부(옷을 벗은 여인)의 선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나체의 마하》, 《옷을 입은 마하》, 인상파 화가인 마네에게 영향을 준 《1808년 5월 3일》(1809), 표현주의를 예고하는 산 안토니오 데 라 플로리다교회의 천장벽화 등에서 근대회화의 창시자로서의 고야의 재능을 볼 수 있습니다.

고야는 1,870점이라는 방대한 작품을 남겼는데 이 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카를로스 4세의 가족》(1800), 《자화상》, 《십자가의 그리스도》, 《검은 그림들》(1820~1823) 등이 있으며, 비판적이고 반인습적인 그의 작품은 근대회화뿐만 아니라 현대회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