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둔촌동(예전엔 경기도 광주였음)에 이집 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총각 시절이던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등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종기가 나 고생을 하고 있었다. 별의 별 약을 다 써보아도 효험이 없는지라 근심은 날로 더해갔다.

효심이 지극한 이집은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서 정성을 다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밤, 아버지 곁에서 잠깐 잠이 들었을 때였다. 꿈에 신선이 나타나서
  "얘야! 내일부터 목욕재개하고 국청사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드려라. 그러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이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기도를 드려 어느덧 백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새벽 찬 이슬을 맞으며 절에서 불공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이집이 무심히 어느 바위를 바라보니 바위틈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바위틈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며 샘물을 드려다 보니 금붕어 한 마리가 놀고 있었다. 이집은 하도 신기해서 소중히 금붕어를 잡아 그 물에 담아서 집에서 기르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이었다. 한밤중에 잠이 깬 아버지가 하도 목이 말라 금붕어가 들어 있는 그릇의 물을 마셔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등에 난 종기가 확 터지면서 피고름이 콸콸 쏟아지고 시원해진 것이다. 아버지는 이집을 깨웠고 이내 이집은 기뻐하며 아버지의 등에 흐르는 고름을 닦아 물을 떠다 그 그릇에 넣으니 이상하게도 금붕어가 검어지는 것이었다.

동이 튼후 한걸음에 샘으로 달려가 물을 떠와 그릇의 물을 비우고 샘물을 넣으니 신기하게도 붕어의 빛이 다시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후 이 약수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져 각처에서 피부병 환자가 몰려왔고 이 샘물의 근처에 국청사라는 절이 있었기에 국청사 우물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