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서북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지봉은 그 밑부분에 스님의 얼굴이 부각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전설이있다. 조선후기 이 절에는 급수(물을 길음)로서 공덕을 쌓은 지봉(智峯)선사라는 분이 있었다.

어느 날 흥선대원군이 도선사를 찾아왔다가 지봉스님이 떠서 올리는 한 주발의 시원한 샘물을 마시게 되었다. 그물맛이 너무도 좋아 스님의 얼굴을 본 흥선대원군은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 법담(좌담식으로 불교의 교리를 서로 묻고 대답하는 일)을 청해 듣고 감명을 받게 되었는데, 훗날 흥선대원군의 아들(고종)이 왕위에 오르자 스님에게 판서직을 내렸다 한다.

이 스님에 관해서는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선사(선종의 법리에 통달한 중)가 입적(불교에서, 수도승의 죽음을 이르는 말)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조선의 사신이 외교차 청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대신의 초대를 받게 되었다.  대신이 말하기를 ‘부인의 꿈에 조선 스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잉태를 했는데 태어난 아들의 손바닥에 ‘지봉’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으니 조선땅에 지봉이라는 승려가 있는가’ 라고 물었다고 한다.

또한 스님이 열반하면서 조선 땅에 불법이 전성할 때 내 얼굴이 지봉 밑에 나타나리라 했는데 오늘날 이 절이 융성하니 과연 스님의 얼굴이 지봉 밑부분에 부각된다는 것이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道峰區) 우이동(牛耳洞) 도봉산 중턱에 있는 사찰. 862년(경문왕 2)에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 1863년(철종 14)에는 김좌근(金左根)의 시주로 중수하고 칠성각(七星閣)을 신축하였으며, 87년(고종 24)에는 임준(任準)이 오층탑을 건립하고 그 속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고, 1904년에는 국가기원도량으로 지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