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왕후 윤씨는 성종의 첫째 비인 공혜 왕후 한씨가 죽자 후궁에서 왕비로 승격되었습니다. 윤씨는 원래 궁녀로 궐에 들어왔다가 성종의 눈에 띄어 총애를 받은 후궁이었습니다.

왕비 윤씨는 성종 임금이 다른 후궁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참지 못할 정도로 질투심이 강했습니다. 성종이 후궁과 산책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성종이 임금이란 사실도 잊은 채 소리를 높여 대들곤 했고 급기야는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까지 나게 하는 일까지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인수대비는 크게 노여워하며 윤씨를 폐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윤씨는 1479년, 폐비가 되어 궁궐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폐출된 지 3년이 지난 1482년, 왕자 연산군을 세자에 책봉하면서 그의 모친인 폐비 윤씨에 대한 동정론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성종은 내시와 궁녀들에게 폐비 윤씨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피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궁녀와 내시들은 폐비 윤씨의 집에 이르러 폐비 윤씨가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성종에게 보고하기 직전에 정소용과 엄숙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폐비 윤씨가 왕비로 있을 때 많은 괴롭힘을 당한 정소용과 엄숙의는 폐비 윤씨가 다시 궁궐로 돌아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리하여 내시와 궁녀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일렀습니다. 정소용과 엄숙의의 명을 받은 내시와 궁녀들은 임금에게 폐비 윤씨가 반성은커녕 호시탐탐 상감마마께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거짓으로 아뢰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성종은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더 화를 낸 것은 인수대비였습니다.
 “저런 무엄한 것이 있나? 상감, 무얼 하시오. 감히 나라의 임금을 저주하다니 이보다 더 큰 역모가 어디에 있겠소. 어서 사약을 내리시오.”
성종 임금 역시 너무 화가 치밀었던 탓에 어머니 인수대비의 말대로 사약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봐라!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리고 묘비에는 비석도 세우지 말 것이며 제사도 지내지 못하게 하여라.”

바로 그 시각, 대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폐비 윤씨의 어머니 신씨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시들과 궁녀들이 돌아가 잘 말해 줄 테니 곧 황궁 할 날이 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다음날, 성종의 명령을 받은 이세좌는 사약을 들고 폐비 윤씨의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어명이오. 폐비 윤씨는 사약을 받으시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윤씨는 밖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이것 보시오. 사약이라니요. 뭔가 잘못된 게 아니오?”  윤씨는 놀라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세좌는 냉정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할말이 없소. 내 마음도 편치는 않소. 다만 어명에 따를 뿐이오. 어서 사약을 받으시오.” 
폐비 윤씨는 사약을 받아 들었고 이내 목숨을 다하였습니다.
 
성종은 폐비 윤씨를 죽이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든지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아 죽은 사실을 세자에게 말하는 자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오.   궁궐 안에서 이 일을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하시오."
폐비 윤씨의 죽음은 매우 중요한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어린 세자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