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뒤를 이은 문종은 병으로 인하여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단종이 즉위하였는데, 이 때 단종의 나이는 12살이었습니다.

단종이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왕이 되자 중앙정계의 세력 판도는 종친세력과 신료세력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종친을 대표하는 사람은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었습니다. 신료세력은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 출신의 소장학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문종의 동생이자 단종의 작은아버지인 수양 대군은 나라가 점점 어지러워지는 건 어린 단종이 왕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단종 대신 자기가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수양대군은 호시탐탐 왕위를 넘보게 되었는데, 그의 곁에는 한명회, 그리고 권람 같은 지략가가 있었습니다. 수양대군과 한명회 일파는 본격적으로 일을 꾸미기 시작하였고, 홍달손, 양정, 유수를 불러들였습니다. 무서운 음모의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1453년 늦가을 수양대군은 단종의 명을 빌려 조정의 대신들을 모두 입궐하도록 하였습니다. 당시 수양대군의 핵심참모 한명회는 쿠데타에 대비하여 죽일 사람과 살릴 사람의 명부를 기록한 책, 즉 살생부를 작성해 두었습니다. 이날 한명회는 지옥의 염라대왕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입궐하는 대신들은 한명회의 손짓에 따라 생사가 갈렸습니다. 한명회가 죽이라는 신호를 보낸 사람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황보인, 조극관, 이양 등 살부에 올라 있던 의정부 대신들은 그렇게 이승을 하직하였습니다. 반대로 정인지, 신숙주, 김필 등 생부에 올라 있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이 정변을 “계유정난”이라고 합니다. 계유년에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의 난을 평정하고 사직을 안정시켰다는 의미였습니다. 계유정난으로 고명대신들이 거의 참살 당하자 조정은 수양대군의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수양대군은 영의정에 올랐으며, 또한 왕을 대신해 서무를 관장하는 등 왕권과 신권을 동시에 장악하였습니다.

단종 3년 6월 11일(1455년), 단종은 마침내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전달해주고 쓸쓸히 용상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니 이것이 용상의 자리에 앉은 최후의 날이었습니다. 단종은 창덕궁 수강전에서 거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성삼문 등 집현전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몇몇 신하들이 단종을 다시 왕의 자리에 올리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조는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잡아 죽였습니다. 이 일로 세조는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키고 강원도 영월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급기야 수양대군은 귀양 중에 있던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열일곱 살의 단종은 사약을 마시고 쓸쓸히 눈을 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