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북부여에 해부루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산천을 찾아다니며 제사를 지내어 아들을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부루 왕이 말을 타고 가던 중에 곤연 이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 해부루 왕의 말이 큰 돌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해부루 왕은 사람을 시켜 그 돌을 굴러보게 하였더니, 그 밑에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이것은 바로 하늘이 나에게 내려주신 아들이로구나!” 라고 말한 뒤 곧 아이에게 금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얼마 뒤 북부여의 재상인 아란불의 꿈에 천제(하느님)가 나타나 “장차 내 자손에게 이곳에 나라를 세우도록 할 것이니, 너는 다른 데로 피해가라. 동해 가에 가섭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땅이 기름져 왕도로 삼기에 적당하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란불은 즉시 왕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고, 해부루 왕은 곧 바로 가섭원으로 도읍을 옮겨 나라 이름을 ‘동부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부루가 살던 옛 도읍지에는 스스로 천제의 아들 해모수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 북부여에 새로이 나라를 세웠습니다.

한편 동부여에는 해부루 왕이 죽자 금와가 왕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금와 왕이 태백산 남쪽 우발수에서 사냥을 하다가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금와 왕에게 “저는 하백(물의 신)의 딸 유화입니다. 동생들과 놀러 나왔을 때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천제의 아들 해모수라고 하면서 웅신산 아래 압록강가에 있는 집으로 유혹하여 혼인을 하고는, 저를 버리고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제가 중매도 없이 혼인을 하여 다른 사람을 따라간 것을 꾸짖으시며 이곳으로 귀양을 보내 살도록 했습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금와 왕은 기이하게 여겨 유화를 데려다 방안에 몰래 가두었습니다. 어느 날 방안에 햇빛이 들어와 그녀를 비추었습니다. 유화가 몸을 피하자 햇빛이 또 따라와 비추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 지 얼마 후에 유화는 큰 알을 낳게 되었습니다. 왕은 해괴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알을 개, 돼지에게 던져주었으나 모두 먹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길에다 내다 버렸으나 말과 소가 그 알을 피해 갔으며, 들판에 버리니 새나 짐승이 알을 덮어주었습니다. 왕은 그것을 깨뜨리려고 했지만 깨어지지 않았으므로 유화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유화가 천으로 알을 부드럽게 감싸 따뜻한 곳에 두자 어린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그 외모가 뛰어나고 영특하게 생긴 아이였습니다. 특히 그 아이는 활을 아주 잘 쏘았는데,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백 번 쏘아 백 번을 맞추었습니다. 그 당시 나라에서는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 이름을 주몽이라 지었습니다.

금와 왕에게는 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재주에 비해 주몽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자 주몽을 시기하고 질투하였습니다. 결국 금와 왕의 맏아들 대소는 아버지에게 “주몽은 사람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 일찍이 없애버리지 않으면 아마도 미래에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으나, 금와 왕은 이를 듣지 않고 주몽에게 말을 기르도록 하였습니다. 주몽은 좋은 말에게 먹이를 조금씩 주어 마르게 하고, 늙고 병든 말은 잘 먹여 살찌게 만들었는데, 왕은 자신은 살찐 말을 타고 마른 것은 주몽에게 주었습니다.

왕의 아들들과 여러 신하들이 계속해서 주몽을 죽이려 하자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은 주몽에게 멀리 달아나 나라를 세우라고 말하였습니다. 주몽은 어머니의 말을 따라 부여를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떠나기 전날 밤에 주몽은 임신 중이던 그의 아내에게 칼을 두 동강 내어서 증표로 주면서 “일곱 모난 돌 위 소나무 아래 둘 것이니 아들이 나거든 그 증표를 찾아서 오게 하라”고 말하고는 오리, 마리, 협부의 세 친구와 함께 자신이 기른 명마를 타고 부여를 떠났습니다.

달아나던 주몽 일행이 엄호수에 이르렀을 때 대소의 군사들이 주몽을 뒤쫓아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 다리가 없어 건너지 못하게 되자, 주몽은 물을 보고 “나는 천제의 아들이자 하백의 손자이다. 오늘 도망가는데 뒤쫓는 자들이 가까이 오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하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주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으며, 마침내 주몽은 졸본 부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주몽은 졸본 땅이 기름지고 아름다우면서도 험한 곳이었기 때문에 그 곳에 도읍을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궁궐을 지을 겨를이 없어 비류수(평양의 동북쪽)가에 집을 지어 살면서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주몽은 자신의 성을 ‘고’라고 지어 이름이 ‘고주몽’이 되었습니다. 이때 주몽의 나이 22살이었습니다.

이러한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왕(주몽)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이야기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 이규보의 ‘동명왕편’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몽 신화는 그 이전에 성립한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제인 환인의 아들 환웅을 아버지로, 웅녀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단군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고조선을 세워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주몽은 그에 못지않은 혈통을 지녔으면서도 나라를 세우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것은 주몽이 부여나 고구려를 세운 시대가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시대와는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5, 4세기경에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 철기 문화가 보급되면서 기존의 사회체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중국 한나라의 침입으로 고조선은 멸망하였으며, 그 주변 지역은 한나라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거나 작은 나라들로 해체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여, 고구려 등 몇몇 세력은 보다 강력한 힘을 갖춘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국가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기에 좋은 영웅적 능력을 지닌 왕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주몽 신화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응하여 성립한 새로운 유형의 건국신화, 즉 영웅 신화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몽은 혼란스럽고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 살고 있는 군왕에게 필요한 위기극복 능력을 갖춘 영웅적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무술과, 지혜를 함께 갖춘 주몽의 위대한 능력은 빛(해모수)과 물(하백)이라는 신성한 혈통 때문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주몽의 부모를 더욱 신성한 존재로 만들면 주몽과 그 후손인 왕들도 역시 신성한 존재로 인식될 것이며, 백성들은 왕을 잘 따르겠지요?  게다가 그러한 신성한 왕들이 다스리는 고구려는 다른 나라 보다 우월한 나라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구려 지배층들은 주몽신화를 광개토대왕릉비와 같은 엄숙한 국가적 기념물의 첫머리에 크게 서술하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