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은 고려의 31대 왕으로서 오래도록 원나라 통치하에서 고생하던 고려를 독립시켜 개혁을 추진한 개혁군주였습니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사정이 혼란스러울 때에 노국대장공주마저 아이를 낳다가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항상 활달하고 추진력 있게 일을 처리하였는데 노국공주가 죽자 너무도 슬퍼하여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신돈은 공민왕이 노국공주를 잃고 고통스러워 할 때 절에서 노국공주의 명복을 같이 빌어주면서 공민왕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공주를 잃은 슬픔에 빠진 공민왕은 모든 정치를 신돈에게 맡긴 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에 권력을 손에 쥔 신돈의 정치는 날로 부패하여 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난국 속에서도 공민왕은 왕비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날마다 실의에 빠져서 국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새로 왕비를 들였으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후궁들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탓인지 공민왕은 아들을 두지 못하였습니다.

신돈은 자신의 시종이자 어여쁜 반야를 공민왕께 바쳤는데 반야의 외모가 노국공주와 매우 흡사하였습니다. 이에 공민왕은 반야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얼마 후 반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공민왕은 아들 이름을 ‘모니노’라 하면서 애지중지 했습니다.

공민왕은 처음에는 신돈을 믿었으나 점차 그의 권력이 커가자 그를 견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신돈이 왕이 될 욕심을 품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신돈은 왕이 자신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리고 급기야 왕을 해치려 하였습니다. 이를 알아챈 공민왕은 그를 수원으로 귀양 보낸 뒤 처형하였습니다. 왕은 자신이 믿었던 신돈 마저 처형하게 되자 더욱 자신을 잃고 슬퍼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반야 역시 신돈처럼 공민왕 으로부터 내쳐졌습니다. 신돈이 처형 됐는데도 공민왕은 모니노를 원자로 공표하였습니다.

어느 날 김흥경 이라는 자가 실의에 빠진 임금에게 말했습니다. 높은 벼슬아치의 자제들 가운데 미소년들을 뽑아 궁중에서 살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민왕은 자제위(왕을 보좌하는 사람들)라는 기구를 만들어 미소년들을 궁중에 출입하게 했습니다. 임금은 날마다 미소년들과 향락을 즐겼으며 폭음하고 때때로 미소년들에게 폭력을 가하였습니다. 또 마음 내키는 대로 상과 벌을 내렸고 규정에 정해진 휴가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여 미소년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한 번도 찾은 일이 없는 익비라는 후궁이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제위(왕을 보좌하는 사람들)중 최만생이라는 자를 불러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홍륜이라는 자의 범행임을 알게 된 공민왕이 이 일을 아는 최만생 너도 죽어야겠다고 말하자 이를 두려워한 최만생은 공민왕을 침소에 보낸 후, 홍륜을 찾아갔고 둘은 모의를 하여 왕을 죽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공민왕이 어느 날 술에 취해 침실에 누워 있을 때 최만생 일당은 왕의 침소로 잠입하여 왕을 살해하였습니다. 후에 이인임이라는 시중이 이 사건을 조사하여 홍륜과 최만생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고 둘은 처형당하게 되었지만, 이미 개혁군주 공민왕은 죽고 난 뒤였습니다. 공민왕은 개혁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허무하게도 45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공민왕은 노국 공주의 무덤 옆에 나란히 묻혔습니다. 왕의 능은 현능이고, 공주의 능은 정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