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은 영산 출신으로 그의 어머니는 계성현(영산)옥천사의 여종이었습니다. 이러한 출신배경 탓에 신돈은 어려서부터 중이 되었는데 원래 그의 이름은 신돈이 아니라 편조였습니다. 워낙 천한 출신이었던 신돈은 중들 틈에도 끼지 못하고 그저 겉도는 신세였습니다. 그가 공민왕을 처음 만나게 된 시기는 1358년이었는데 이때 공민왕은 유학자 중심의 관료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불교 세력을 통하여 제2의 개혁정치를 펼치려던 중이었습니다. 이러한 공민왕의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 바로 신돈이었습니다.

공민왕은 신돈을 무척이나 신임하였고 곧잘 그를 찾아 자문하곤 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신료들은 신돈을 시기하여 요승이라 부르며 살해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공민왕은 신돈을 몰래 피신시키는 등 그를 비호해 주었습니다.

1364년 이승경과 정세운 등 견제 세력들이 세상을 떠나자 신돈은 마침내 공민왕의 부름을 받고 입궐하였습니다. 신돈을 절대적으로 신임한 공민왕은 그를 개혁의 선봉장으로 삼고 개혁정책을 주도하게 했습니다.

신돈이 권력의 중심부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365년(공민왕 14년)5월의 일이었습니다.  신돈의 등장은 그 해 2월의 공민왕비 노국대장공주가 난산 끝에 세상을 떠났던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죽자 손수 공주의 진영을 그려놓고 밤이건 낮이건 간에 그것만 마주보고 앉아 애통해 했을 뿐 아니라 그 뒤 3년 동안이나 육식을 피할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상심해하던 공민왕에게 언변 좋은 신돈이 접근하기란 어느 때보다도 쉬웠던 것입니다. 더욱이 전부터 국정의 혁신을 바라고 있던 공민왕이 재상들과 뜻이 맞지 않자 실행을 미루면서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던 터였는데 때마침 신승처럼 보이는 신돈이 나타나자 공민왕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여 그에게 모든 국정을 맡긴 것입니다.

이렇듯 신돈에 대한 공민왕의 신임은 날로 두터워졌습니다. 신돈은 공민왕의 힘을 업고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펼쳤습니다. 그가 펼친 것 중 노비와 토지 개혁으로 설치한 전민변정도감이 그것입니다. 전민변정도감은 부당하게 겸병 당한 토지를 원주민에게 돌려주고 강압에 의해 노비로 전락한 사람들은 양민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신돈의 개혁이 실시되자, 서울이나 지방의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였고, 해방된 노비들은 성인이 났다고 말하면서 신돈을 칭송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돈의 개혁은 아직도 강력한 세력을 갖고 있었던 권문세족의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그들은 비천한 출신의 신돈이 나라 일에 관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왕에게 간곡하게 말하곤 했습니다. 
 "전하, 신돈은 국가를 무너뜨릴 요망한 승려입니다. 부디 물리치시옵소서." 

그러나 신돈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져만 갔습니다. 그는 언제나 임금님 행차하듯이 백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다녔습니다. 신돈의 행동이 점점 거만해지자 그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더욱 거세어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권문세족들의 반발 속에서 신돈의 지지자는 공민왕과 농민들뿐이었는데, 농민들은 힘이 없었고 게다가 공민왕 마저 신돈이 농민들에게 ꡒ성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급기야 권문세족들은 왕이 되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신돈을 모함하여, 반역죄로 처형시켰습니다.

신돈의 개혁정치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가 일반 백성들의 입장에서 개혁을 추진한 점, 공민왕의 왕권 강화에 도움을 준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