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몽고와 최초의 접촉을 가지게 된 것은 몽고에서 쫓겨 오는 거란 인을 협공하던 때부터였습니다. 거란인은 금이 망할 무렵 독립하였다가 다시 몽고에게 쫓기어 고려의 국경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들이 강동성에 머물고 있을 때 고려는 몽고와 함께 이를 함락하여 버렸습니다.(고종 6년, 1219년). 이러한 일이 있은 이후 몽고는 고려에 대한 은인으로 자처하며 매년 고려로부터 공물을 취하여 갔는데 그 요구가 지나치게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에 고려는 이에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고려와 몽고와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하였고 몽고의 사신 저고여가 귀국 도중 살해되는 일을 구실로 고종 18년(1231)에 제1차 침입을 하였습니다.

고려를 쉽게 점령할 것으로 생각하고 침입하였던 몽고군은 의주를 어렵게 점령한 후, 귀주를 공격하였습니다. 그러나 박서가 굳게 지켰기 때문에 이를 포기한 채, 다른 길로 돌아 내려와 개경을 포위하였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몽고군에게 포위를 당한 무신 정권은 당황하여 그 동안의 상황을 확인할 틈도 없이 몽고의 요청대로 강화를 맺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최이는 몽고와의 항쟁을 결의하고 바다를 두려워하는 몽고의 약점을 이용하여 서울을 강화로 옮기었습니다(고종 19년, 1232). 또한 일반 백성들에게도 산성이나 섬으로 피난케 하였습니다. 

고종 22년(1235년) 7월에 몽고는 고려의 반역자 홍복원을 앞장세우고 침입하여 강화도에서 나오기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려가 이에 불응하자 고종26년(1239년)까지 4년 동안 전국을 유린하며 막대한 인명과 재물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리하여 28년 동안에 일곱 차례의 침입으로 전국은 쑥밭이 되었고 인명 살상과 참상이 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고종 41년(1254년) 7월에 차라다가 침입하여 43년(1256년) 9월, 돌아갈 때까지 몽고에 잡혀간 사람이 남녀 20만 6천 8백여 명이나 되었으며 이외에 그들에 의하여 학살된 백성이 수도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소중한 문화재인 부인사 소장의 대장경과 경주 황룡사의 9층 목탑이 불탔으며, 그밖에도 중요한 문화재가 다수 소실되었습니다.

고려 조정이 몽고인의 약점을 노려 강화도로 천도한 것은 적중하였으나 전 국토에 대한 방어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까닭에 이와 같은 큰 희생을 치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고종은 46년(1259년) 4월에 태자 전을 청화사로 보내어 몽고와의 화의를 성립시켰습니다.

무인 정권의 대몽항쟁은 처음 농민이나 천민들의 뒷받침을 받아서 수행되었습니다. 몽고의 제1차 침입 때에는 관악산의 초적들이 스스로 몽고군과의 전투에 참가하였는데, 지광수 등이 지휘한 충주 노비군의 항쟁은 특히 유명하였습니다. 그들은 귀족 관리들이 모두 도망치는데도 끝까지 성을 지키며 용감히 싸웠습니다.

이렇듯 고려가 몽고의 침입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지배 계급의 노력이 아니라 일반 백성은 물론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노비와 천민들이 용감히 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백성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고려를 함락시키지 못한 몽고군은 급기야 평야의 곡식을 모두 불태워 버리는 전술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식량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농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농촌이 황폐해지면서 농민들의 생활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최씨 정권은 자신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위하여 농민에 대한 가혹한 수탈을 계속하였고, 이러한 횡포로 인하여 집권층은 농민들의 반발을 사기에 이르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