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을 창시하여 고려시대 불교의 융합을 시도하고, 한국 불교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대각국사 의천은 1055년 고려 제 11대 왕인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의천이 11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 문종은 네 아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 중에 누가 출가하여 부처님을 공양하고 복을 빌겠느냐?”
그러자 평소 불심이 깊고 총명하였던 의천이 나서며 대답하였습니다.
  “아바마마, 소자가 그 뜻을 받들겠습니다.”
  “오~ 기특하구나. 여봐라, 영통사의 경덕국사를 불러 의천의 삭발 의식을 거행하라!”
이렇게 하여 스님이 된 의천은 영통사에 들어가 경덕국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밤낮으로 불법을 익히고 공부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13살 때는 승려를 다스리는 승통이 될 만큼 화엄경을 통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의천은 중국 송나라로 건너가, 불교에 대해서 좀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1085년에 형인 선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 두 사람과 함께 몰래 송나라로 들어갔습니다. 송의 황제 철종은 의천을 손님으로 깍듯하게 대접하였습니다. 그리고 보호자까지  보내어 남쪽의 여러 사찰을 돌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의천은 송나라에 머무르는 약 1년 동안 계성사의 유성법사에게 화엄사상과 천태사상의 깊은 뜻을 배웠으며, 송의 고승들과 서로 교류하며 가르침을 주고받았습니다.

1086년, 32살에 고려로 돌아온 의천은 흥왕사의 주지가 되어 천태교학을 정리하고 제자들을 양성하는 한편, 송나라의 고승들과 서적·편지 등을 교환하면서 학문에 더욱 몰두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흥왕사에 교장도감을 설치하여 요나라․송나라․일본 등에서 모아온 불교서적 4천여 권을 정리하였는데, 그 불경목록으로서 ‘신편제종교장총록’ 3권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경 목록을 바탕으로 해서 목판을 간행하였는데, 이것이 ‘고려속장경’입니다.  

송나라 유학 당시에 중국 사회의 풍요로움과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의천은 고려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폐를 사용할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이에 고려는 주전도감을 설치하여 해동통보라는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1097년 숙종 2년에 국청사가 완성되자, 의천은 그 곳의 제 1대 주지가 되어 천태교학을 강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불교계의 한 종파인 천태종을 창시하였습니다. 당시 고려의 불교는 선종(참선을 많이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한 종파)과 교종(불경의 교리를 암기하고 해석하는 것을 중시하는 종파) 간의 대립이 심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의천은 교종과 선종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불교 이론의 연마와 실천을 아울러 강조하는 ‘교관겸수’(교종을 중심으로 해서 선종 통합)를 주장하며 천태종을 창시였던 것입니다.

이렇듯 많은 업적을 남긴 의천은 1101년, 47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그에게 ‘대각국사’라는 시호가 내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