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려 사회를 ‘문벌귀족 사회’라고 합니다. 예종과 인종 시기에 대표적인 문벌귀족은 바로 이자겸이었습니다. 이자겸은 딸들이 많았는데, 그는 둘째 딸을 예종의 왕비로 들여
보낸 뒤
  “나는 왕의 장인이며, 차대 왕의 외할아버지야.” 라고 이야기 하며 위세를 부렸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저 집안은 대대로 딸을 팔아먹고 사는 집안이야!”

1122년 예종이 죽고 인종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자겸은 외손자를 잘 보호하였다가 왕위에 앉힌 셈입니다. 게다가 남은 딸 둘마저 인종의 왕비로 들여보냈습니다. 이제 감히 이자겸에게 대적할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자겸의 권력은 막강하였습니다. 이자겸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인종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자겸은 공신이고 내 외조부이긴 하지만 행동이 너무 지나친 것 같소.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이자겸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왕좌까지 넘볼 것입니다.”
인종은 이자겸을 없앨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종 4년 2월, 상장군 오탁과 최탁, 대장군 권수 등은 군대를 이끌고 대궐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이자겸과 척준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척준경의 동생 준식과 아들 순을 처치했을 뿐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이자겸과 척준경이 군사를 이끌고 대궐로 쳐들어가 김찬, 안보린, 오탁 등을 마구 죽였습니다. 이자겸의 눈에는 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감은 이리 나오시오!”
인종은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이자겸은 인종을 자기 집에 데려다 가두고는 인종을 몰래 죽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때, 최사전이라는 충신이 척준경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이자겸이 장군을 없앤 뒤, 임금마저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려합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지난번 궁궐에서 장군의 아우님과 아드님을 죽인 것도 사실은 이자겸의 지시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척준경은 이자겸의 무리들을 사로잡거나 죽였습니다. 이자겸 역시 벼슬과 재산을 잃고 멀리 귀양 가서 죽었습니다.

세상은 이제 척준경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척준경의 횡포 역시 이자겸에 못지 않았습니다. 인종의 가슴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 같은 왕의 심정을 읽고 왕의 신임을 받고 있던 스님 묘청과 백수환, 정지상 등이 도읍을 서경으로 옮길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개경은 기운이 다하였습니다. 서경은 개경과 달리 지세가 확 트인 곳입니다. 이곳으로 도읍을 옮기고 황제의 칭호를 쓰시면 북쪽의 금(여진)나라는 물론, 이웃 여러 나라들이 고려에 조공을 바치게 될 것입니다.”
인종은 귀가 솔깃했습니다. 당시엔 풍수지리사상이 매우 설득력이 있는 사상이었습니다. 인종은 김부식으로 하여금 척준경 일당을 체포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척준경 일당이 제거되고 나자, 조정은 다시 문신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문신들 중에서도 개경의 귀족 출신인 김부식과 서경 세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정지상이 중심적 인물이었습니다.

인종의 지시로 서경의 대궐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김부식은 그런 왕의 뜻을 꺾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만약 도읍을 옮긴다면 김부식 같은 개경 출신들은 세력이 꺾이고 서경 출신들이 떠오를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백성들의 형편이 어려운 이때, 대궐공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서경은 북방 오랑캐와 너무 가까이 있어 도읍이 위험합니다. 게다가 서경으로 옮기자고 한 무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주장하는 것입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서경천도의 주장은 ‘서경파를 위한 것’이라는 설이 인종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게다가 서경에서 짓고 있던 대화궁 근처 30여 군데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마침내 인종은 서경천도를 단념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묘청은 자신들의 무리들과 함께 1135년에 난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묘청의 난’입니다. 나라 이름을 대위국이라 하고, 연호를 천개라 하면서 일으킨 묘청의 난은 김부식이 이끈 관군의 공격으로 약1년 만에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반란을 평정한 김부식은 공신 칭호를 받고 최고 관직에 올랐으며, 그로부터 10년 뒤인 인종 25년에 「삼국사기」 50권을 저술했습니다. 중앙의 문벌 귀족의 대표인 김부식은 고려를 고구려가 아닌 신라를 계승한 나라라고 기술했습니다. 자신이 신라 왕실의 후예였기 때문입니다. 또, 유교 사상에 합치되지 않는 사상은 인정하지 않고 금나라에 굴복하는 사대사상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서경세력이면서 신진관료의 대표인 묘청은 풍수지리사상을 배경으로 금나라를 정벌하고 칭제건원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부식과는 달리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래서 한말 민족사가였던 신채호는 조선사 연구초에서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으로 규정하고 그 민족적 자주성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