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북방 국경지역에는 거란족, 여진족, 선비족 등 여러 오랑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여진족은 고구려 때 말갈족이라고 불리던 부족으로 땅에 정착하지 않고 식량을 찾아 돌아다니는 유목민족이자 말을 잘 타는 기마민족이었습니다. 고려 초 여진족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국경지역을 자주 침략하였는데 이 시기에 고려에서는 여진족을 좀도둑으로 취급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추장 영가라는 젊고 총명한 청년이 나타나 여진 통일의 꿈을 키웠습니다. 12세기 초에는 영가의 뒤를 이은 아들 우야소가 더욱 세력을 키우며 고려의 함흥지방까지 넘나들었습니다. 고려의 임금 숙종은 임간으로 하여금 여진족을 토벌하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여진의 기병에 의해 오히려 고려의 국경선은 마구 짓밟혔으며 많은 백성들이 집과 재산을 잃고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왕은 여진족을 격파하려면 용맹보다는 지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윤관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윤관 장군이 나아가 여진족을 토벌하시오!”
어명을 받은 윤관은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서, 우선 여진족 추장 우야소에게 사신을 보내어 꾸짖었습니다.
  “우리 고려는 여진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펴왔다. 그래서 그대 아버지 영가는 해마다 조공을 바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도와준 은혜를 저버리고 행패를 부리다니, 그것이 사람이 할 짓이냐?”
그러자 여진족은 이웃 나라로 대접해 주면 물러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힘들이지 않고 여진족을 물리치고 개경으로 돌아온 윤관은 왕에게 건의 하였습니다.
  “여진족은 모두 말을 탄 날쌘 군사들입니다. 우리 고려도 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보병만으로는 기병을 무찌르기 힘듭니다.”
숙종은 윤관의 건의에 따라 별무반을 설치하였습니다. 별무반은 기병과 보병, 승병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군대를 말합니다. 즉 말을 잘 타는 사람들로 구성된 신기군, 20세 이상의 장정들로 이루어진 신보군, 젊은 승려들로 이루어진 항마군이 바로 그것입니다.

1107년, 예종 2년에 여진족이 날뛰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종은 윤관을 북벌군 도원수로 임명하여 여진족을 물리치도록 하였습니다. 윤관은 2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북쪽 국경지대로 나아가 여진족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윤관은 그 곳에 성을 쌓고 남쪽 지방 백성들을 이주시켰습니다. 이때 윤관이 쌓은 성이 함주, 영주, 옹주, 길주, 복주, 공험진, 숭녕진, 통태진, 진양진 등 9성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윤관의 9성’입니다.

9성을 쌓은 뒤에도 굶주린 여진족은 끈질기게 9성을 침입하였습니다. 이러한 침입을 고려는 계속해서 막아냈지만 9성 지역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자 예종은 신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9성의 반환 여부를 논의하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신들은 9성을 여진에게 주자고 하였습니다. 공을 세운 윤관을 대신들이 시샘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되옵니다! 9성은 윤관 장군이 튼튼하게 쌓은 우리의 방벽이옵니다. 어찌하여 우리의 튼튼한 병벽을 허문단 말입니까?” 
박숭중이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종은 다수의 의견을 들어 9성을 내주고 편안함을 쫓기로 하였습니다. 결국 윤관은 피땀 흘려 쌓은 9성을 여진에게 돌려주고 쓸쓸히 말 머리를 돌려 개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벼슬도 사양하고 서재에 파묻혀 책을 읽으며 지내다가 예종6년(1111년) 5월에 눈을 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