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제 8대 아달라왕 때의 일입니다. 신라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는 가난하지만 매우 부지런하였습니다. 남편 연오랑은  매일 바닷가에 나가 고기를 잡거나, 미역을 따고 조개를 캐었습니다. 아내 세오녀는 밭을 매거나 길쌈을 했습니다. 세오녀의 베 짜는 솜씨는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줄 정도로 꼼꼼하고 훌륭하였습니다. 이렇게 서로 힘들고 바쁘게 살아도 그들은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부러워하면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연오랑은 늘 하던 대로 낚시대를 들고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연오랑은 바닷가에서 낚시하기에 좋은 곳을 찾다가 거북이처럼 엎드려 있는 바위 하나를 발견하고는 신을 벗고 그리로 올라가 낚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고기가 영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거 참 이상하다, 오늘 따라 고기들이 배가 고프지 않은 모양이지?”  
이상히 여기며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바위가 흔들거리더니 연오랑을 태운 채 해가 뜨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쿠, 이게 웬일이람?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세오녀~”
연오랑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바위를 꽉 붙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이 연오랑의 머리 위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머리에 태양을 이고 동쪽으로 흘러가던 연오랑은 일본의 어느 해변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를 지켜본 일본 사람들이 놀라며 말하였습니다. 
  “바위가 사람을 태우고 왔다! 저 분은 하늘에서 오신 분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왕으로 받들자.”
당시 일본은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에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그들 앞에 나타나자, 연오랑을 하늘에서 온 사람이라고 환영하며 떠받들었던 것입니다.
  한편, 집에서 밥상을 차려놓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세오녀는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바닷가로 달려 나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습니다. 아무 곳에서도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위 위에 남편이 벗어 놓은 신발만이 보였습니다.
  남편의 신발을 만지작거리던 세오녀는 바위가 움직이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바위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 연오랑을 내려놓은 해변에 세오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서쪽 해안에 거북 바위를 탄 웬 여자가 있습니다.”
소식을 듣고 연오랑이 급히 나가보니, 그것은 세오녀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바위를 타고 온 이들을 범상찮은 인물로 생각하여 왕과 왕비로 삼았습니다. 연오랑이 일본을 다스리게 되면서, 일본은 태평세월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신라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신라의 왕은 점치는 사람을 불러 해와 달이 빛을 잃게 된 까닭을 물었습니다. 점쟁이가 말하였습니다.
  “해와 달의 정기를 지닌 분들이 동해안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라 왕은 즉시 일본으로 사람을 보내어 연오랑과 세오녀가 신라로 다시 돌아오기를 간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오랑은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내가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은 모두가 하늘의 뜻을 따른 것이오. 그러니 어찌 하늘의 명을 저버릴 수 있겠소. 대신 내 아내가 짠 비단을 가지고 돌아가시오.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올린다면 해와 달이 나타날 것이오.”
신라로 돌아온 사신은 왕에게 세오녀가 짰다는 비단을 바쳤습니다. 왕은 즉시 동해 바닷가에 제단을 차리고 비단을 올리며 하늘에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때서야 동해에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밤에는 둥근 달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세오녀가 짠 비단의 힘으로 신라는 다시 밝음과 어둠을 되찾아 평온한 날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 비단은 ‘귀비고’라는 창고에 보관하고 국보로 삼았습니다. 

이 감격스러운 날을 기념해 동해의 벌판을 ‘영일(迎日)’이라 하고, 비단을 올리고 기도 드리던 곳을 ‘도기야’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