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제 33대 성덕왕 때 순정공이라는 사람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바닷가 옆에는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위에는 철쭉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순정공의 아름다운 부인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오~ 꽃이 너무나 예쁘구나. 누가 나에게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은 없소?”
  “사람이 오를 수 없는 높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선뜻 나서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수로부인의 말을 듣고는 천길 석벽 위로 올라가 부인이 탐내던 그 철쭉꽃을 꺾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헌화가’라는 시가를 지어 읊으며, 수로 부인에게 꽃을 바쳤습니다.

     자주 빛 바위 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다시 순정공 일행이 부임지를 향해 떠났습니다. 이틀째 길을 가다가 또 바닷가 근처에 있는 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때 홀연히 바다의 용이 나타나 아름다운 수로 부인을 바다 속으로 납치해 들어가 버렸습니다. 순정공은 허둥지둥 발을 구르며 야단을 쳤으나, 아무런 계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한 노인이 지나다가 하나의 계책을 알려주었습니다.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고 하였습니다. 바다 속 짐승인들 어찌 여러 사람들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바닷물을 치면 부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순정공은 즉시 노인이 일러준 대로 했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 놓아라.
     남의 아내를 빼앗아간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사로잡아 구워 먹고 말테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이렇듯 ‘구지가’를 외치며 막대기로 물가를 쳤더니 그때서야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순정공에게 바쳤습니다. 순정공은 부인에게 바다 속의 일들을 물었습니다. 수로 부인이 대답하였습니다.
  “일곱 가지 보물로 꾸며진 궁전이 있고, 그 음식들은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 세계의 요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인의 옷에는 일찍이 인간 세상에서 맡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향내가 스며 있었습니다. 
이렇듯 수로부인은 절세의 미인이라서 깊은 산골이나 연못을 지날 때마다 이처럼 여러 번 신물들에게 납치되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