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서울 사비성에는 아사달과 아사녀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백제의 유명한 석공인 아사달은 열심히 일을 하며 아사녀와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달은 불국사의 탑을 쌓기 위해 먼 신라 땅으로 떠나야했습니다. 아사달은 아내와 헤어지는 것이 슬펐지만 결심했습니다.
  “불국사 같은 큰 절에 탑을 만드는 일은 나에게 다시없는 행운이야. 세상에서 가장 으뜸  가는 탑을 만들어야지!”
아사달이 탑을 세우는 일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동안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남편과 만날 날만을 고대하며 그리움을 달래던 아사녀는 기다리다 못해 천리 길을 마다않고 신라 불국사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파수병이 아사녀를 불러 세우고는 길을 터주지 않았습니다.
  “백제 땅에서 온 아사녀입니다. 제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아니 되오, 절을 짓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 잡인의 출입을 금하라는 왕명이 있었소. 더구나 여자는 절대로 아니 되오!” 
아사녀는 할 수 없이 날마다 불국사 문 앞을 서성거리며 먼발치에서나마 남편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주지스님이 아사녀에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못이 있소.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빈다면 탑 공사가 끝나는 대로 탑의 그림자가 못에 비칠 것이오. 그러면 남편도 볼 수 있을 것이오.” 
아사녀는 곧 그 연못으로 달려가, 며칠째 꼼짝 않고 앉아 연못을 바라보고 아사달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탑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오늘도 안 비치는구나!”
그러던 어느 날 밤 연못을 들여다보고 있던 아사녀는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물 속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보였던 것입니다.
  “여보~” 
아사녀는 아사달을 부르며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놀라 뛰어왔을 땐 이미 아사녀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수면에는 흰 구름과 숲을 안고 있는 불국사가 비치고 있을 뿐, 석가탑은 비치지 않았습니다.

한편 아사달은 사랑하는 아내 아사녀가 신라 땅에 와서 자신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탑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석가탑이 완성되었습니다. 드디어 탑을 완성한 아사달은 아사녀가 연못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주지스님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사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사녀가 신고 있던 신발만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아사녀~ 여보!”
아사달은 아사녀의 신발을 붙잡고 땅에 엎드려 미친 듯이 아사녀를 불렀습니다. 그 순간 아사달은 연못에서 웃고 있는 아사녀를 보았습니다. 아사달은 아사녀를 외치며, 연못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이 연못을 ‘영지’라 부르고, 끝내 그림자를 비추지 않은 석가탑을 ‘무영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사달은 황룡사 구층탑을 완성한 백제사람 아비지의 후손입니다. 이 이야기로 볼 때  백제의 건축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주 불국사내에 있는 아사달이 만든 이 석가탑은 750년경에 세워졌으며, 그 정식 명칭은 ‘불국사 삼층 석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