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라 문무왕 때, 모량리라는 작은 마을에 머리가 유달리 크고 이마가 넓고 하여 대성이란 별명이 붙은 아이가 어머니와 살고 있었습니다. 집안이 가난하여 대성은 복안이라는 부잣집에서 머슴으로 살았습니다. 어느 날, 복안의 집에 점개라는 승려가 탁발을 왔습니다.
  “소승은 흥륜사의 중이옵니다. 며칠 후 큰 법회가 있는데, 이 법회에 시주하시면 반드시 살아서는 복을 받고 죽어서는 극락에 갈 것입니다.”
복안이 선뜻 베 50필을 시주하자, 점개는 그것을 받고 축원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대성은 바로 어머니에게 달려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어떤 스님이 와서 말씀하셨는데, 시주를 많이 하면 살아서 복을 받고 죽어서는 극락에 갈 수 있답니다. 우리도 얼마 안 되지만 몇 뙈기의 밭을 부처님께 바친다면 내세에는 좀더 잘 살게 되지 않을까요?”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자꾸나. 우리 살림이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전생에 좋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네 말대로 그 밭을 부처님께 바치는 게 좋겠다.”
대성은 바로 자신의 얼마 안 되는 밭을 흥륜사에 시주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안 되어 대성은 갑자기 시름시름 앓더니 죽고 말았습니다.

대성이 죽은 그날 밤, 재상 김문량의 집에 하늘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모량리의 대성이 김문량의 집에서 태어날 것이니라.”
이 소리를 들은 김문량은 놀라 곧 사람을 모량리로 보내 알아보게 했더니, 바로 그 시각에 대성이라는 청년이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김문량의 부인이 그 날로 아이를 잉태하여 열 달 후에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아기는 이레가 되도록 왼손을 꼭 쥐고 펴질 않았습니다. 이레가 지나자 손을 폈는데, 손바닥에는 ‘대성(大城)’이란 두 글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김문량 부부는 신기해하며 말하였습니다.
  “정말 모량리의 아이가 우리 집에 다시 태어났나 봐요.”
  “그렇구려, 부처님의 뜻인 것 같소. 이름을 그대로 대성이라 하고 잘 키워 봅시다.”
재상 집안에 다시 태어난 대성은 말 타기와 사냥을 좋아했으며, 솜씨 또한 뛰어났습니다. 어느 날 토함산에 올라가 사냥을 하다가 커다란 곰을 한 마리를 잡은 후 산 아래 마을에서 쉬었다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곰이 나타나 화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으르릉! 나는 너와 원한이 없는데 어찌하여 나를 죽였느냐. 나도 너를 물어 죽이겠다.”
  “아이고! 자,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래? 그럼 날 위해 절을 세워 주겠느냐? 내 명복을 비는 절을 하나 지어 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절 용서해 주십시오.”
잠에서 깨어난 대성은 비록 짐승의 목숨이지만 이를 하찮게 여긴 것을 뉘우치고, 이후 사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곰이 죽은 자리에 ‘장수사’라는 절을 지었습니다.

그 후 벼슬길에 오른 김대성은 인품과 재능이 뛰어나 경덕왕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경덕왕 때에는 문화가 발달하였으며, 불교 또한 번성하였습니다. 경덕왕 10년(751)에 대성의 아버지 김문량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성은 현세의 아버지 김문량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불국사’라는 절을 지었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다보탑과 석가탑도 세웠습니다. 또한 대성은 모량리에 살았던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는 ‘석불사’라는 절도 지었습니다.
김대성이 지은 불국사와 석굴암은 신라 문화유산으로서만이 아니라 세계 문화유산으로서도 손꼽히는 훌륭한 문화재입니다. 석굴암의 가운데 앉아 있는 부처님 상 앞에 서면, 누구라도 그 은은한 미소와 늠름한 모습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국사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불국사 제일 앞쪽에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치하고, 그 다음 석가탑과 다보탑을 배치한 뒤에 대웅전을 세운 불국사의 균형미와 조형미는 세계 어느 사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존하고 있는 불국사는 신라 시대 지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고, 지금의 불국사는 그 터전 위에 옛 모습과 같게 다시 지은 것입니다. 그러나 돌로 다듬어진 청운교와 백운교, 그리고 석가탑과 다보탑은 신라의 것 그대로인 뛰어난 예술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