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의 명인인 백결 선생은 신라 자비왕 때 사람입니다. 부인과 단 둘이 살았던 그는 너무나 가난하여 굶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옷이 다 헤져도 새 옷을 마련할 길이 없어, 누더기 옷을 백 군데도 더 기워 입어야만 했습니다. 너덜너덜한 헝겊 조각이 붙어 있는 그의 옷이 마치 수없이 많은 메추라기가 매달려 있는 듯 했습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 메추라기를 닮은 헝겊들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날개 짓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백결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한때 백결 선생은 나라를 위해 일하려고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을 버리고 산에 올라가 온갖 시름을 거문고로 달래었습니다. 
  “여보, 무슨 일이라도 해서 끼니 걱정을 덜어야 되지 않겠어요?”
가난에 지친 부인이 이따금 한마디를 늘어놓아도 백결 선생은 잠자코 거문고만 뜯을 뿐이었습니다. 마음씨 고운 부인은 남의 집 품을 팔아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어느 해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을 때였습니다. 이웃집에서는 새해를 준비한다고 떡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지만 백결 선생의 부인은 아무 것도 준비할 것이 없었습니다.
  “여보, 남들은 설 준비를 하느라 저렇게 야단인데, 그러고만 계시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백결선생은 잠자코 거문고만 매만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태평스러운 남편이 얄미워진 부인이 톡 쏘았습니다.
  “당신 귀는 거문고 소리만 들리는가요? 어쩌면 이러실까, 이웃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하늘이 나에게 거문고 타는 솜씨만 주셨소. 그러니 어쩌겠소? 분수대로 살아야지.”
  “거문고만 타고 있으면 떡이 나온답니까?”
  “떡? 허허~ 좋소, 그럼 우리도 떡방아를 찧읍시다 그려.”
  “곡식이 있어야 방아를 찧지요.”
백결 선생은 부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습니다.
  “쿵쿵, 쿵더쿵, 쿵덕 쿵덕쿵...”
순간 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문고를 뜯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어머나, 영락없이 떡방아 찧는 소리네!”
신기하게도 백결 선생의 거문고에서 방아 찧는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어느새 백결 선생의 부인은 방아 찧는 거문고 곡조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습니다.

백결 선생이 거문고로 방아 소리를 내어 아내를 위로한 이 곡이 바로 ‘대악’으로, 오늘날 방아타령의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