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입니다. 이때가 되면 곡식들이 무르익고 열매들도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그래서 추석에는 그 해 처음으로 거둬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추석날엔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도 쌀로 송편을 빚어 먹고 막걸리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속담 중에 “일 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추석을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도 부릅니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에서 온 것입니다. 즉 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지요. 또 어떤 이들은 ‘가위’라는 말이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온 것이라고도 합니다.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합니다.

신라 제 3대 임금인 유리왕 때의 일입니다. 한가위가 되기 한 달 전이면 나라 안에 있는 베 짜는 여자들은 모두 궁궐로 모여들었습니다. 왕은 이들을 6부로 나누어 2부로 만든 뒤, 왕녀 두 사람이 각각 한 부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한 달 동안 베를 짰습니다. 한 달 뒤인 한가윗날 두 편은 그 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승패를 겨루었습니다. 
 “와! 우리 편이 이겼다.”
 “아이, 속상해라. 우리 편이 졌네. 자, 잔치를 준비합시다.”
진 편은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해서 잔치를 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잔치가 시작되면 진 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며 소리를 했습니다. ‘희소, 희소’ 하는 소리를 하며 길쌈놀이에서 진 것을 슬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얼마나 애처롭고 슬펐는지 사람들은 이 소리를 따라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의 이름을 ‘회소곡’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길쌈놀이에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 후 그 말은 ‘가위’라는 말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추석날에는 강강술래, 씨름 대회, 활쏘기 대회, 농악 등 많은 풍습과 놀이를 지키고 즐겨 왔습니다. 그런데 추석은 이렇게 놀고 즐기기만 하는 날은 아닙니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추석날 아침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새로 나온 과일과 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려 제사를 드리면서 한 해에 거두어들인 것을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례가 끝나고 나면 아침을 먹은 후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하러 갔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명절 추석은 즐겁고 신나는 날인 동시에 그런 즐거움을 얻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은 날입니다. 햇과일 하나만 보아도 조상들에게 감사드릴 줄 알았던 옛 어른들의 겸손한 마음을 우리도 배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