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에 패한 뒤 쇠약해진 백제는 제 25대 임금인 무령왕에 이르러 다시 나라의 질서가 바로 잡히기 시작하면서 백제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무령왕은 훤칠하게 큰 키에 성품이 너그러워 민심을 많이 얻었습니다.
  “사치와 낭비를 줄여 나라 기강을 바로 잡고, 신 백제를 건설하리라.”
그는 이렇게 민생의 안정에 노력하였는데, 기근으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자 창고를 풀어 이들을 구제하였고, 전쟁과 굶주림에 못 이겨 도망쳤던 농민들이 안심하고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도록 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무령왕은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전국에 22개의 담로(지금의 읍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를 설치하여 왕족을 파견, 지방통치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고구려의 수곡성을 공격하여 영토를 넓히고, 중국 양나라와 외교를 맺어 국제 관계에서 백제의 위치를 새로이 하였습니다. 그 결과 백제는 정국이 안정되고,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침략으로 위축된 국력을 상당히 회복하여 새로운 백제 중흥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증거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화려하고 풍부한 부장품들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무령왕과 왕비의 금관 장식 및 뒤꽂이는 백제의 높은 금속공예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아주 우수한 작품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주옥, 금은보화 등의 출토품에서 보다 강성해진 백제의 국력을 엿 볼수 있습니다. 

무령왕의 뒤를 이은 성왕은 부왕의 업적을 기반으로 하여 백제를 중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금 이 곳 웅진은 땅이 좁고 답답해 세력을 키우기가 어렵구나. 서울을 옮겨야겠다.”
성왕은 538년에 소부리성(사비성)으로 수도를 옮겼습니다. 사비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충청남도 부여입니다. 성왕은 사비로 도읍을 옮긴 뒤 나라 이름까지 ‘남부여’로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백제가 새로운 나라로 거듭난 것을 강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성왕은 고구려를 견제하면서 주변국들과는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신라와의 동맹을 더욱 든든히 하고, 발달된 중국 양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 국력을 키우리라.” 
그리하여 중국 양나라로부터 모시 박사(중국 고대의 시가를 모아놓은 고전을 가르쳐 줄 선생님)와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 화가 등을 초빙하고, 열반경 등의 불경을 해설하는 해설서를 수입하여 백제 문화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켰습니다. 또한 성왕은 인도로부터 범어로 된 5부율을 가지고 온 겸익을 우대하여 고승들에게 5부율을 번역시키고 불교 교단을 새로이 정비하여 백제신율을 성립시켰습니다. 그리고 달솔, 노리사치계 등을 일본에 보내어 일본에 불교를 전파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성왕은 의박사․역박사 등의 전문가와 기술자를 교대로 파견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선진문물의 전수자로서의 구실을 하였습니다.

한편 수도를 옮기고 나라를 새롭게 정비한 성왕은 신라와 연합하여 고구려로부터 한강유역을 되찾고자 하였습니다. 당시 서북으로부터 돌궐의 위협과 귀족세력의 내분에 처해 있던 고구려의 위기를 이용하여 고구려 군을 물리치고서 백제는 한강하류를, 신하는 한강상류를 점령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고구려와 은밀히 결탁한 신라는 군대를 돌이켜 백제가 점령한 한강하류 지역마저 빼앗아 양군 간의 친선 관계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신라의 배신에 격분한 성왕은 신라에 대한 보복공격을 전개하였지만, 결국 관산성에서 싸우다가 왕이 전사하여 한강 유역은 신라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잠시 주춤했던 백제는 무왕때 다시 힘을 되찾게 됩니다. 무왕은 즉위 후 신라에 대한 공격을 맹렬히 가하여 많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중국 수나라, 당나라와도 교류를 하여 고구려를 견제하였습니다. 또한 일본에는 관륵을 보내 천문, 지리, 번역서 등의 서적을 전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나라가 안정되자 무왕은 왕권을 과시하기 위해 사비궁을 다시 지었으며, 삼국에서 가장 큰 절인 미륵사를 짓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성왕과 무왕 때 백제는 백제만의 세련된 문화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백제를 중흥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