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건국 후 성장을 계속하다가 근초고 왕대에 이르러 고구려를 물리치고 영토를 확장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고구려에 용감무쌍한 광개토대왕이 임금이 되면서 백제는 서서히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광개토대왕은 할아버지(고국원왕)를 죽인 백제에 대한 복수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4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백제를 침략하였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닥친 줄도 모르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던 백제의 제 16대 임금인 진사왕은 결국 고구려군의 세찬 기세에 밀려 북쪽의 석현성 등 10여 성을 빼앗긴 데 이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성인 관미성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진사왕의 뒤를 이은 제17대 임금인 아신왕은 관미성을 되찾기 위해 애썼지만, 오히려 광개토대왕의 공격을 받아 58성 700촌을 빼앗긴 채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고구려의 계속된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 백제는 신라와 동맹을 맺고 고구려의 공격에 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나제 동맹’이라고 합니다.

얼마 뒤 고구려에는 광개토대왕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인 장수왕이 임금이 되었습니다. 장수왕은 광개토대왕이 주로 북쪽 영토를 넓힌 것과는 달리 남쪽 영토를 넓히는데 힘을 썼습니다. 결국 고구려와 백제는 다시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백제의 임금이었던 개로왕은 나랏일은 안중에도 없이 장수왕이 첩자로 보낸 승려 도림을 가까이 하며 바둑 두기에만 정신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고구려 첩자 도림의 꼬임에 빠져 궁궐을 짓고 성을 쌓는 등의 힘든 공사를 계속하여, 왕에 대한 백성들의 원성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이 틈을 타 고구려의 장수왕은 475년에 백제를 침략하였습니다. 개로왕은 즉시 신라에 원병을 요청하였지만 신라의 군사들이 백제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쟁은 이미 끝난 뒤였으며, 개로왕도 죽음을 맞이한 상태였습니다. 이로써 백제는 고구려로부터 도읍 한성과 한강 유역을 빼앗기게 되었고, 결국 도읍지를 곰나루성(공주 웅진)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개로왕의 뒤를 이은 문주왕은 부왕의 참혹한 죽음을 생각하며 복수의 기회를 노렸으나, 병관좌평 해구가 반란을 일으켜 문주왕을 죽이고 자신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힘이 강했던 왕에게 눌려 지내던 귀족들이 개로왕의 실정과 죽음을 계기로 힘을 찾아 왕권에 맞선 것입니다. 동성왕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라 왕실과 혼인 관계를 맺어 고구려의 침략에 대항하는 한편 국력을 회복시키는데 힘을 썼지만, 그 역시 위사좌평인 백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듯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에게 패하고 한강유역을 빼앗긴 뒤 백제는 왕권이 쇠약해지고 국력이 약화되는 등 큰 시련을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무령왕과 성왕 때에 이르러 힘을 키워 고구려를 물리치면서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백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