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년 보장왕 24년에 영류왕과 귀족 100여 명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했던 연개소문이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연개소문의 죽음은 당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던 고구려에게는 큰 손실이었습니다. 그때 고구려는 거듭되는 전쟁으로 국력이 약해지고 나라가 어지러웠습니다. 특히 신라는 당나라와 연락을 하여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때입니다. 하지만 조정의 간신들은 나라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고 연개소문의 아들인 남생과 남건, 남산 등을 끼고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습니다.

연개소문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첫째 아들 남생이 막리지에 올라 권력을 쥐게 되었습니다. 그는 먼저 조정에서 일하는 대신들을 새 인물로 바꾸었습니다. 이 일로 구세대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남생은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남생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고구려를 아버지 때처럼 일으켜 세우고 어려운 정세를 바로잡고자 하였습니다.

어느 날, 남생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당나라 군대에 대비하기 위해 변방을 둘러보러 갔습니다. 그 사이 남생의 반대파들은 그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들은 남생의 동생인 남건과 남산에게 “남생은 당신들이 자기 자리에 바짝 다가가는 것을 꺼려 장차 당신들을 없애려고 합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남생에게 이르기를 “두 아우들이 당신을 해치고 막리지 자리를 빼앗기 위해 계책을 꾸미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남생이 첩자를 보냈는데 남건이 그를 체포하고 곧 거짓으로 왕명을 사칭해 남생을 수도로 불러들였습니다. 남생이 두려워 감히 수도로 들어오지 못하자 남건은 남생의 아들 헌충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남건, 남산은 병사들을 이끌고 국내성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들이 날 죽이려 하다니......”
소식을 들은 남생은 너무나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남생은 당나라에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힘들이지 않고도 고구려를 멸망시킬 좋은 기회가 아닌가?”
당나라 황제 고종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당나라는 고구려를 없애려고 여러 번 전쟁을 벌였으나, 번번이 고구려에게 당하고 있어 당나라로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투항을 하겠다니 이 이상 더 좋은 기회가 없었습니다.

당나라 고종은 바로 군대를 남생에게 보내면서 그를 당나라의 관리로 임명했습니다. 이제 남생은 당나라를 위해 조국을 멸망시켜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남생이 당나라 군대를 지휘하며 고구려의 성을 공격하자 고구려 장군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고구려를 위해 남생과 싸워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모든 고구려의 장군들은 남생에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조카들의 자리싸움으로 나라의 힘이 다했으니 차라리 신라로 가야겠군.” 
연개소문의 동생인 연정토는 신라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대륙을 지배하던 고구려는 외적과의 잦은 전쟁으로 나라의 힘이 약해진 것과 아울러 연개소문 아들들의 형제 싸움으로 국력은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졌습니다. 이러한 때에 이적과 설인귀 등이 거느리고 온 당나라군과 김인문이 이끌고 온 신라군이 함께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륙을 지배하던 영광된 고구려의 역사는 668년에 허무하게 그 막을 내리고야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