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년, 이웃 나라 토번(티베트)과 사라센 제국이 동맹을 맺고 당나라에 쳐들어오자 고선지 장군은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역 원정에 나섰습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파미르 고원과 힌두쿠시 산맥을 넘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적군의 수가 10만이 넘습니다. 쉽게 승리하기 힘들 듯합니다.”
하지만 고선지 장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병사를 이끌어 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해발 4, 5천 미터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2만 4천 킬로미터의 대 원정을 고선지 장군은 5개월에 걸쳐 성공적으로 끝낸 것입니다. 이것이 고선지 장군의 제 1차 원정이었습니다. 그는 주변국 72개국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었고, 이로써 고선지라는 이름은 멀리 동로마 제국과 아라비아에까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선지 장군은 이 공로로 대장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훗날, 영국의 동양학자 스타인은 “고선지의 파미르 원정은 나폴레옹의 알프스 돌파보다도 훨씬 성공적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750년 고선지 장군은 제 2차 원정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라센 제국과 동맹을 맺으려는 석국(타슈켄트)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때 그는 석국의 왕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당나라 황제는 고선지 장군을 크게 칭찬하고 ‘개부의 동삼사’라는 관직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잡아온 석국 왕을 문신들이 죽여 버리자, 이 소식을 접한 석국은 분개하여 사라센과 연합하여 당나라에 진군하였습니다. 고선지 장군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7만의 군사를 이끌고 제 3차 원정길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탈라스 전투입니다.
 

751년 7월 고선지 장군은 탈라스 대평원에서 사라센 연맹군과 마주치게 되었고, 치열한 접전 끝에 고선지 장군은 처음으로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동맹국인 카를룩이 배신하여 등 뒤에서 공격해 온 탓이었습니다. 7만에 달하는 당군 가운데 살아 돌아간 자는 겨우 수천 명으로, 2만여 명은 포로가 되어 아랍으로 끌려갔습니다. 이때 당나라 제지공이 적군의 포로로 끌려간 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의 제지술이 아랍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파피루스나 양피지 밖에 모르던 이들에게 중국인이 만든 종이는 정말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탈라스 전투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고선지 장군은 귀국 후 패전의 책임을 지고 벼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755년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켜 수도 장안을 향해 쳐들어오자, 다급해진 현종은 고선지를 토벌군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전투에 참여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출세를 시기하는 환관 변영성의 모함으로 진중에서 억울하게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당시 그의 나이 40세 전후입니다.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태어나 당나라 장수가 되어 광활한 대륙을 정복했던 고선지 장군, 그는 당나라 안에서 고구려의 기상을 마음껏 떨쳤던 위대한 장군입니다. 중국인들 역시 비록 이민족 출신이지만 중세 동서교류사에 한 획을 그은 고선지의 행적을 ‘구당서’와 ‘신당서’ 열전편, ‘자치통감’ 같은 역사책에 상세히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 밖에서 한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세계만방에 알린 자랑스런 한국인, 고선지 장군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