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지는 고구려의 유민 출신으로 중국 당나라에서 이름을 떨친 장군입니다.

668년 고구려가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했을 때 많은 고구려인들이 당나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고선지의 아버지 고사계 역시 끌려간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때 당은 약 3만 호에 이르는 고구려인을 강제로 이주시켜 중국 각지에 흩어놓았습니다. 고구려 부흥 운동을 뿌리째 없애 버리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이렇게 끌려간 젊은이들 가운데는 군대에 복무하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구려인의 용맹함을 당이 이용하려 한 까닭입니다. 고사계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고사계는 중국 서쪽 변방 양주에 이주되어 군대에 들어갔고, 무공을 인정받아 안서사진의 장교가 되었습니다. 

용감한 아버지와는 달리 몸이 약했던 어린나이의 고선지는 당나라 아이들에게 망한 나라 백성이라 하여 종종 업신여김과 시달림을 받았습니다.
 “사내 대장부가 맞고 다닌단 말이냐! 내 비록 나라를 잃고 당나라에 들어와 벼슬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당나라 사람한테 져 본 적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거라!”
아버지는 엄하게 꾸중을 하였습니다. 이후 고선지는 꾸준히 무예를 단련하고 글공부에 전념하며 진정한 대장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고선지는  20살에 아버지와 같은 계급인 장교로 발탁될 정도로 늠름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740년경 어느 날 평소 고선지를 시기하던 관서 절도사 부몽영찰이 음모를 꾸몄습니다. 고선지에게 야만족이 득실거리는 톈산 산맥 서쪽의 달해부를 2천 명의 병사로 정벌하고 오라는 명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것이 저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찌 장수가 명령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 소자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우리는 동방의 큰 나라 고구려의 후손이다. 대륙을 누비던 그 기개를 잃어선 안 된다.” 
하시며 아버지는 고선지를 격려했습니다. 고선지 장군은 군사를 이끌고 서쪽을 향했습니다. 비록 군사의 수는 적었지만 고선지 장군에게는 고구려인다운 자신감이 흘러넘쳤습니다. 고선지 장군은 순식간에 달해부를 정복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부몽영찰의 뜻과는 달리 고선지에게 달해부를 정벌한 공으로 안서부도호라는 벼슬이 내려졌습니다.

그때 당의 황제 현종은 중앙에 있는 귀족들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민족 출신을 변방수비에 적극 기용하였습니다. 돌궐 족 출신인 안녹산이 절도사가 된 것이나, 피정복민의 후예인 고선지 장군이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현종의 이러한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고선지 장군은 뛰어난 전략가인 동시에 넓은 아량과 인재를 발탁하여 키울 줄 아는 안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의 휘하에는 봉상청, 이사업, 단수실 같은 뛰어난 부장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 중 봉상청은 몸집이 작은데다 절름발이였습니다. 이에 지략은 뛰어나지만 나이 서른이 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그는, 고선지의 시종이 되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처음엔 그의 외모 때문에 거절했지만, 수십일 동안 문전을 지키며 뜻을 꺾지 않자 그 집념을 높이 사 채용했습니다. 봉상청은 전투에 나가 어려운 고비마다 출중한 지략으로 은인 고선지 장군을 보좌하여 승리로 이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