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년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자 고구려는 수를 견제하기 위해 돌궐, 백제, 왜와 친선관계를 맺었습니다. 수의 양제는 돌궐과 연합하여 대항할 우려가 있는 고구려를 미리 정복하여 후환을 없애려는 의도에서 612년(영양왕 23년)에 대규모의 군단을 편성하여 고구려 침공을 감행하였습니다.
국방을 튼튼히 하면서 다른 나라의 침략에 대비하던 고구려이지만, 수나라 장수가 113만군을 이끌고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고구려의 장군인 을지문덕은 수나라 군대의 사정을 염탐하기 위해 적진에 들어갔습니다. 수나라 진영을 살펴보니 군사들은 지쳐 있었고, 식량을 아끼느라 한 덩이의 주먹밥을 두 사람이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게 틀림없다. 이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군대를 우리나라 깊숙이 끌어들여 물리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싸울 때마다 지는 척하며 후퇴하였습니다. 수나라 군대는 을지문덕 장군의 유도 작전에 말려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평양성 가까이까지 쳐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때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장군에게 어리석음을 비꼬는 시를 써서 보냈습니다.
‘그대의 귀신같은 책략은 천문을 뚫고
절묘한 계략은 지리를 통달 했소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여기서 그쳐주기 바라오.’
수나라 장군은 을지문덕의 시를 보고서야 속은 것을 알고 분통을 터트리며 병사들을 황급히 후퇴 시켰습니다. 수나라 군대가 살수(지금의 청천강)에 이르러 강물을 반쯤 건넜을 때, 을지문덕은 때를 놓치지 않고 외쳤습니다.
“공격하라, 살수의 물을 풀어 놈들을 물귀신이 되게 하라”
을지문덕의 명령이 떨어지자 고구려 병사들은 미리 막아두었던 보를 터트렸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터져 나오며 수나라 병사들을 휩쓸었습니다. 이곳에서 수나라 군대를 거의 전멸시킨 고구려는 계속해서 압록강을 건너 요동까지 물리쳤습니다. 이 때, 목숨을 건져 도망간 수나라 군사는 겨우 2700여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싸움이 거대한 중국을 물리치고 고구려를 지켜낸 그 유명한 을지문덕의 살수 대첩입니다.
한편 예상 밖의 패배로 자존심이 상한 수 양제는 그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침공했으나, 거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무리한 고구려 원정은 백성들의 원성을 자아내어 각처에서 민중들의 봉기가 잇달았습니다. 618년 마침내 수 양제는 측근에게 암살당하고 그로부터 1년 뒤 껍데기만 남아 있던 수나라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612년에 있었던 수나라와 고구려간의 청천강 전투, 즉 살수대첩은 규모면에서도 큰 것이었지만 수나라를 붕괴시키고 중국 역사를 바꾸어버린 대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일이 있은 지 1천년 뒤 명나라 사신 축맹이 조선에 오자 그를 맞이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조준이 청천강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시를 읊조렸습니다.
살수의 푸른 물결 굽이쳐 흐르는데
수나라 백만 대군이 고기밥이 되었구나.
촌부들은 지금도 웃으며 이야기 하네
수 양제의 헛된 정복의 꿈을
조준은 수양제가 보낸 30여만의 대군이 을지문덕의 고구려군에 의해 살수(청천강)에서 전멸된 일을 시 한수로서 비웃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을지문덕은 그 출신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옛 기록에는 을지문덕의 자질이 침착, 용맹하고 지략이 있으며 또한 글 짓는 재능까지 있는 인물이었다고 전해질 뿐입니다. 그의 불분명한 출신 때문에 어떤 학자는 을지문덕이 중국이나 선비족으로부터 귀화해온 인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여러 가지 추측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출신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살수대첩에서 승리한 것은 을지문덕 장군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구려가 전쟁에서 사용한 많은 전술들은 백성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구려 백성들 속에 분명 을지문덕도 있었습니다. 을지문덕이 중국 사람이든 아니든 그의 혈통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분명히 고구려 사람들과 함께 적군을 물리쳤고, 고구려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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