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은 고국양왕의 장남으로 375년에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담덕이었고, 열일곱 살이 되던 391년에 고구려의 19번째 임금님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체격이 크고 의지가 굳었던 광개토대왕의 가장 큰 관심은 고구려를 어떤 나라보다 강하게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넓은 땅이 필요했습니다.

광개토대왕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대군을 동원하여 백제의 변경을 침입해서 10개성을 빼앗았습니다. 이 싸움을 통하여 백제를 완전히 점령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광개토대왕은 신하들과 백제를 칠 계책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백제 북부 변경의 주요한 요새라면?"

  "관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미성은 삼면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은 바다와 접해 있어 수비를 하는 데 아주 유리한 지역입니다. 또한 그러니만큼 공격하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우리가 이 관미성을 점령할 수만 있다면 백제의 도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주 수월할 것입니다."

드디어 10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은 군사를 이끌고 관미성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관미성에 도착해서 성을 포위한 지 20일 만에 백제 북부의 주요 요새를 점령하였습니다. 그 뒤 백제가 공격해 올 때 마다 광개토대왕은 이들을 막아냈습니다. 그리하여 백제 땅 안에 있는 58개의 성과 700여 개의 부락을 점령했으며, 하남 위례성까지 포위했습니다. 아신왕은 결국 고구려에 항복을 하였고, 이 전쟁 이후 백제는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백제의 아신왕은 백제의 힘만으로는 고구려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여 왕자 전지를 왜국에 볼모로 보내고 왜군 수천 명을 지원 받았습니다. 그래서 399년에는 고구려와 연결되어 있는 신라를 공격했습니다. 신라에서는 고구려에 급하게 전갈을 보냈습니다.

  “대마도에 거점을 둔 왜군이 신라를 치려고 합니다.”

광개토대왕은 곧 기병 5만 명을 신라에 보내어 몰아내었고 가야 지역까지 추격하였습니다. 그 이후 왜군은 고구려가 무서워 다시는 바다를 건너오지 못했으므로 남쪽은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백제가 항복하자 남쪽은 일단 안심을 해도 되었습니다. 이제 광개토대왕은 원래 하고자 했던 잃어버린 북쪽의 땅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이 당시 북쪽에는 모용씨의 후연국이 있었습니다. 후연과는 한동안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광개토대왕 9년(309년) 정월, 왕은 후연왕 모용성에게 조공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모용성은 광개토대왕이 중국의 황제만이 쓰는 '영락' 이란 연호를 쓰는 것이 건방지다고 생각해 조공을 받지 않고 고구려를 침공했습니다. 400년, 모용성은 고구려의 신성, 남소의 두 성을 함락시키고 그것에 있는 5천여 호의 백성들을 후연으로 데려갔습니다. 광개토대왕은 후연에 대한 보복전을 감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요동성을 비롯한 요하 이동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405년, 후연왕 모용희가 요동성을 침입했으나 잘 물리쳤고 406년, 목저성에 침입한 후연군을 물리침으로써 요하 이동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광개토대왕은 후연과 싸워 요동에서 요서에 이르는 수 천리의 땅을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었습니다.

광개토대왕은 산동성에 중심을 둔 남연의 왕 모용초에 대하여 천리마 등을 보내면서 친하게 지내고자 했습니다. 이는 후연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408년, 후연을 멸망시키고 새로이 북연이 등장했습니다. 북연에서 새로이 왕위에 오른 사람은 고운이었습니다. 고운은 고구려 왕실의 자손이었습니다. 고운의 할아버지 고화는 모용황이 환도성을 함락시키고 끌고 간 고구려 백성 5만 여명의 포로 중 한 명이었던 것입니다. 고운은 후에 연왕 모용성의 아버지인 모용보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후연 왕조에 내분이 생긴 틈을 타서 모용보의 형인 모용희를 죽이고 스스로 북연왕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구려계임을 드러내고자 원래의 고씨 성을 되찾았습니다. 고구려가 북연과 우호 관계를 맺음으로써 후연 쪽으로의 진출은 일단락되었습니다.

392년 광개토대왕은 북으로 거란을 정복하여 남녀 5백 명을 사로잡고 거란에게 빼앗긴 고구려인 1만 명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395년에는 거란의 일부인 비려의 부락 6백~7백 명을 격파하고 많은 가축을 빼앗아 돌아왔습니다. 398년에는 숙신을 정벌하여 조공 관계를 맺고 410년에는 동부여를 굴복시켰습니다.

  그는 이렇듯 뛰어난 정복사업의 결과로 왕위에 있는 동안 성 64개와 1400여 곳의 마을을 차지하여 고구려의 영토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광개토대왕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주위의 그 어떤 민족도 고구려를 넘보지 못했습니다.

영토 확장 외에도 광개토대왕은 내정을 정비하는 데에도 노력했습니다. 장사, 사마, 참군 등의 중앙 관직을 신설하고 역대 왕릉의 보호를 위해 수묘인(묘를 지키는 사람) 제도를 재정비하였습니다. 393년에는 평양에 아홉 개의 절을 창건하여 불교를 장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다음 장수왕 때 평양 천도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광개토왕릉비에는 광개토대왕 때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편안하였으며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은 내정 정비의 결과였습니다.

광개토대왕 16년(406년)에는 궁궐의 증축과 수리를 하여 국력에 걸맞게 수도를 정비했습니다. 광개토대왕 18년(408년) 봄에는 새로 지은 궁궐에서 왕자 거련을 태자로 삼고 국내성 동쪽에 여섯 군데의 성을 쌓고 평양성의 백성들을 옮겨와 살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개토대왕은 오래 살지 못하고 왕위에 오른 지 22년 만에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광개토대왕의 큰 뜻은 아들인 장수왕이 물려받았습니다. 414년에 장수왕은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광개토대왕릉비’라는 큰 비석을 세웠습니다. 만주 봉천성 집안현 통구지역에 있는 이 광개토대왕릉비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가 씌어져 있습니다.

   은혜로운 혜택을 하늘에서 받으시어

   위엄 있는 무력을 사해에 떨쳤노라.

   나쁜 무리들을 쓸어서 제거하시니

   뭇사람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도다.

   나라가 부유해지고 백성이 잘 살아

   온갖 곡식이 풍성하게 익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