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이라는 거족적 민족 저항에 부딪히자 일제는 더 이상 탄압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종래의 헌병, 경찰에 의한 무단 통치에서 ‘문화 정책’를 내세웠습니다. 말하자면 이제까지의 야만적이고 강압적인 통치 대신 ‘문화적’인 정치를 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의 의도는 겉으로는 유화 정책을 꾀하면서 그것을 통해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을 분열, 약화 시키려는 속셈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일제는 조선 총독으로 하세가와 대신 사이토 마코토를 신임 총독에 임명하였습니다. 사이토 총독은, “이제는 조선인을 일본과 동등하게 대하여 평화를 유지하겠다.”라는 감언이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사이토를 중심으로 통치 체제로는 먼저, 무단 통치의 상징이자 공포와 원성의 대상이었던 헌병 경찰 제도를 보통 경찰 제도로 바꾸고 관리와 교원의 제복, 대검을 폐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찰력을 대폭 증강하고, 헌병 경찰 대신 특고 형사, 사복 순사, 밀정을 풀어 미행, 사찰, 불심 검문 등 조선인의 생활을 깊숙히 감시하였습니다.

한편, 일제는 민족 분열의 목적으로 ‘친일적 인물의 확보’에 그 목적을 두어 친일파를 확보하기에 열을 올리며 민족 지도자들을 그들의 편으로 만들려하였고, 조선 지배에 큰 지장이 없을 만한 범위에서 약간의 출판물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종래의 노골적인 무단 통치를 바꾸어 ‘문화의 발달, 민력의 충실’이라는 구호 아래 동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일제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일제는 문화 정치를 빙자하여 보다 악랄한 식민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무렵, 나라 안팎의 지도자들은 겨레의 힘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정부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3.1 운동이 일어난 직후부터 임시 정부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 생긴 것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였습니다. 이미 3.1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전 러시아 한족회 중앙총회’(전러 한족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던 그 지역의 지도자들은, ‘대한 국민 의회’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고 수천 명의 동포들을 모아 놓고 독립 선언식을 거행하였습니다. 각료 명단에는 대통령에 손병희, 부통령에 박영효, 국무 총리에 이승만 등을 밝히고 5개 항목에 결의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상해에서도 독립 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4월 10일(1919년)에 ‘임시 의정원’을 구성한 임시정부의 연호와 국호를 결정하고 이로부터 사흘 뒤에 정식으로 정부 수립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한양에서도 이교현, 윤이병, 이규갑 등이 임시 정부를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천도교, 기독교, 유교, 불교 등 각계 대표 30명 가량이 이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비밀리에 인천 만국 공원에 모였다가 근처의 음식점을 빌어 의논하였습니다.
 "파리 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합시다!"
 "국민 대회를 열어 정부를 수립하고 나라 안팎에 선포합시다!"
국민 대회는 4월 23일(1919)에 개최되었습니다. 이때, ‘한성 임시 정부’의 수립이 선포되었고, 결의 사항과 약법 등이 인쇄되어 뿌려졌습니다. 임시 정부 각료에는 대통령에 이승만, 국무총리로 하는 국무원 내각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임시 정부는 오히려 독립 운동의 힘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임시정부의 통합론이 일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임시 정부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마침내 대한 국민 의회와 상하이 임시정부는 해산하고 한성 정부를 기초로 하여 정부의 위치는 당분간 비교적 안전한 상하이에 두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대한민국 임시 정부’로 할 것 등을 합의하여 1919년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새 헌법을 공포하고, 이승만을 집정관 총재로 선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일제의 집요한 감시와 탄압, 독립 운동 자금의 부족 등으로 인해 점차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