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을사 조약 체결로 조선의 국운은 날로 기울어 가고 있었습니다. 조약 체결 후 일제는 공사관 대신 통감부를 설치하여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아가더니, 차츰 국정 전반에 걸쳐 침략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전국에서는 조약에 반대하는 운동이 이는 한편 매국노를 규탄하는 투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을사 조약에 찬성한 이완용, 이근택, 이지, 박제순, 권중현 등 5명의 대신들이 이른바 ‘을사 오적’ 이었습니다.
 "매국노를 없애자!"
애국 청년들은 외부 참사관 구완희의 집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한편,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우국지사들의 항의가 잇달았습니다. 끝까지 조약에 반대한 애국 열사 민영환, 조병세, 홍만식, 이상철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국 열사들이 줄을 이었고, 장지연은 ‘황성신문’에 ‘시일야 방성 대곡’(이날 목놓아 운다)이라는 사설을 발표하면서 을사 조약에 반대하는 운동은 전국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을사 조약 소식이 나라 안에 자세히 전해지자 온 국민은 통곡하였고, 궐기를 하였습니다. 을사 오적 암살단이 조직되었으며, 곳곳에서 일본의 앞잡이 단체인 일진회가 습격을 당하였습니다.

이즈음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있다는 정보가 조정에 입수되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세계 주요국가들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하였고, 같은 기간에 그곳에서 만국기자협회의 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고종은 이 회의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침략상을 고발하여 세계 곳곳에 이를 알려서 한국의 독립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기에 유리한 기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고종은 전 의정부 참판 이상설과 전 평리원 검사 이준으로 하여금 러시아 황제에게 보내는 친서를 가지고 이 회의에 참석해서, 우리의 실상을 만천하에 알리도록 밀명을 내렸습니다. 고종의 밀명을 받은 이들은 러시아에 도착하여 전 러시아 공사관 이병진의 아들 이위종과 합류한 뒤, 6월 25일 헤이그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대한제국 대표로 황제의 위임장을 가지고 왔으니 평화회의에 참석시켜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이어서 외교권이 없으므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대표들의 방해 공작에 의해 회의장에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호소문을 작성하여 평화회의보에 내고, 기자단 앞에서 연설을 하기도 하며 또 각 나라의 대표들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신문에도 조선은 독립국가로서 평화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있고, 러시아는 조선이 평화 회의에 발언권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보도들도 대대적으로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싣게 되면서 각국 대표들에게 한국의 실정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알려지는데에 그쳤을 뿐 큰 성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회의에 참석을 못하고 어찌 귀국하여 폐하를 뵐 수 있다는 말인가! 원통하다!"
울분을 이기지 못한 이준은 병을 얻어 순국했습니다. 이상설과 이위종은 눈물을 흘리며 이준의 장례를 치르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그 뒤 블라디보스톡으로 가서 끈질긴 항일 투쟁을 벌였습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고통을 당한 사람은 바로 고종 황제였습니다. 밀사 파견 사실이 밝혀지자 일제는 곧바로 고종을 감금하다시피 하였습니다. 통감 이토는 고종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위기에 몰린 고종은 왕실과 국가의 대사를 황태자에게 대리시킨다는 조칙을 발표하고 물러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