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 이후 조선에서는 일본의 세력은 쇠퇴하고 청의 세력이 커졌습니다. 청은 일본의 진출을 막기 위해 서양제국과의 통상을 요구했는데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세력이 가장 강력히 침투해 들어왔습니다.

1860년,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에 군항을 건설한 뒤에 조선에 접근해 왔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도와주겠소.”
러시아 공사 베베르는 1884년에 통상 조약에 의해 조선에 와서 친러시아 정책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그는 외교수완이 능란하여 궁궐에 자주 드나들면서 왕과 신하들 사이에 친러 세력을 키우기에 노력했습니다. 러시아는 조선과 육로 통상조약을 맺는 등 남진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남진정책에 대해 영국은 이를 경계하여, 1885년 러시아 함대의 길목인 거문도를 불법 점령하는 한편 군사 기지로 개척하여 러시아에 대항했습니다.

고종은 영국의 거문도 점령을 호소하기 위해 박정양을 특별 전권 대사로 삼아서 러시아에 파견하였습니다.
 “우리 러시아는 조선 영토에 야심이 없소.”
영국은 이런 약속을 받은 뒤에야 거문도에서 군함을 철수시켰습니다. 이와 같이 조선의 문제가 조선이 아닌 다른 여러 나라에 의해서 자기네의 이익만을 위해 흥정되었습니다.

한편 일본은 갑신정변 이후 청나라와 러시아 세력에 눌려 일단 후퇴를 한 뒤, 서서히 조선의 경제에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의 곡식을 싸게 사가고, 각종 원료를 헐값으로 들여다가 물건을 만들어 비싼 값에 다시 팔아넘깁시다.”
당장 돈이 필요한 농민들은 벼가 익기도 전에 싼 가격으로 일본 상인에게 벼를 팔아넘기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경제적 침투로 농촌 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비록 정치적인 면에서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통해 청국에 밀렸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청국보다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고종 29년인 1889년 9월, 일본의 경제적 침략에 대응하여 함경도 관찰사 조병식은 함경도와 황해도 지방에 곡물 수출을 금지하는 방곡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손해 배상을 하시오! 즉시, 방곡령을 해제하시오.”
힘없는 조선은 일본의 항의에 방곡령을 폐지하였고 배상금만 물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농촌 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졌고, 일본에 대한 농민들의 적개심이 커져있는 상황에서 조선 정부는 외국세력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농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