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 대원군이 물러나자 제일 먼저 꿈틀거린 나라가 일본이었습니다.
 “대원군이 물러났으니, 이 기회에 조선을 무력으로 밀어 봅시다.”
일본은 이미 1854년에 미국의 위협에 눌려서 미․일 화친 조약을 맺고 문호를 개방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것을 이룩하여 근대 국가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조선은 고종의 왕비 명성왕후가 정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고종보다 1살 위였던 명성왕후는 시아버지 흥선 대원군을 정계에서 몰아내고 민씨 가문과 함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흥선 대원군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위정척사 세력이라면, 명성왕후와 그의 측근들은 개화를 지지하는 세력이었습니다. 개화 세력들은 쇄국 정책을 끝내고, 청나라와 일본처럼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개화의 물결과 척사의 방파제가 서로 맞서서 나라는 또다시 어수선해졌습니다. 이 틈을 타서 일본이 조선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1875년부터 그들은 영흥만, 강화도 동남쪽 난지도 앞바다, 부산항 등에 군함을 보내어 대포를 쏘며 위협을 하였습니다. 일본의 군함 운요호는 우리 영종진에 포격을 퍼붓고 상륙하여 약탈과 방화 등 만행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고종 13년인 1876년 2월 3일 조정의 개항론자들에 의해 ‘강화도 조약’을 맺었습니다.
강화도조약은 조선이 일본과의 무역을 위해 부산포 외에 다른 두 항구를 연다는 것이 중심 내용으로, 외국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인 조약이었으나, 우리나라의 권익이 지켜지지 못한 불평등 조약이었습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맺은 후, 조선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개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제도를 개혁할 필요를 느낀 조정에서는 ‘통리기무아문’을 설치하여 제도를 개편하였고, 그 아래에 12사를 두어 외교, 군사, 산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습니다. 또 군사 제도를 개편하여 신식 군대인 ‘별기군’을 창설했습니다. 별기군에서는 일본 교관을 채용하여 근대식 군사 훈련을 시키고 사관생도를 양성했습니다.
 
이렇게 안으로는 개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밖으로는 직접 견문을 쌓는 일도 이루어졌습니다. 조선은 근대 문물을 살펴보기 위한 조치로 일본에는 신사유람단을, 청에는 영선사를 파견하였습니다. 신사유람단은 3개월 동안 일본의 정부 기관과 산업 시설을 시찰했습니다. 신사유람단 일행은 일본에서 돌아와 각기 담당 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여 개화 정책 추진을 뒷받침했습니다. 영선사는 청의 텐진에서 무기 제조법과 근대적 군사 훈련법을 배웠습니다. 이들은 근대 무기의 제조와 사용법을 익히고 돌아온 뒤, 조선에 기지창을 설치하여 무기를 제조하였습니다.

이러한 개화의 흐름에 앞장선 사람들을 ‘개화파’라고 하였는데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이 개화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선이 낡은 성리학의 너울을 벗고 서양을 본받아 하루 빨리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반대편에는 성리학을 바탕으로 정신을 올바르게 하여 밀려오는 외세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양반들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위정척사파’였습니다. 일찍이 강화도조약 때도 개항에 반대했던 이들은 개화 정책에 따른 문물이나 제도를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상소문을 올리며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한편, 개화파는 급진 개화파(개화당)와 소극적인 온건 개화파로 나뉘었습니다. 온건 개화파의 입장은 개혁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무리한 강행이나 급격한 변혁을 피하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청나라를 가까이 하는 입장을 취하고, 정치적으로는 묵은 습관을 존중하는 보수주의를 지켰습니다.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김윤식, 어윤중, 김홍집, 유길준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다. 그러니 외국으로부터 기술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급진 개화파는 정책을 실시함에 있어 급진적 방법을 채택하였습니다.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등이었는데, 이들은 흔히 개화당 또는 독립당이라 불리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외국으로부터 기술뿐만 아니라 사상, 종교, 제도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또한 서양 오랑캐나 다름없다! 일본은 경제적 침략을 노리고 있으니, 통상을 금해야 한다.”
유교 정신에 젖은 이항로, 기정진 등은 개항 반대로 시작한 ‘척사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전통 질서를 그대로 지키면서 자본주의적 외국 세력을 배척하였고, 특히 일본 침략을 규탄하였습니다. 척사 운동의 뿌리는 뒷날 의병 운동과 해외 독립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