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종 때,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 아래서 왕족들은 숨을 죽이고 지내야 했습니다. 그만큼 안동 김씨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몰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철저히 경계하였습니다. 때문에 똑똑하고 영리해 보이는 왕족의 남자들은 안동 김씨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흥선 대원군 이하응은 영조의 증손자입니다. 그도 왕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안동 김씨들에게서 온갖 수모와 멸시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는 당시의 혹독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식구들도 아랑곳없이 매일같이 장안(지금의 서울)의 부랑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타령을 했습니다. 술에 취해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비웃으며 한낱 부랑배로밖에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흥선군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남들의 업신여김을 받았으나, 실상은 남모르게 궁중의 어른인 대비 신정 왕후 조씨(헌종의 어머니)와 내통하고 있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도 종말이 다가왔습니다.
철종이 재위 14년만인 1863년(철종14)에 뒤를 이를 왕자도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왕위계승의 지명권을 쥐고 있던 신정왕후는 안동 김씨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뜻이 맞는 흥선군과 미리 결탁하여 흥선군의 둘째 아들 이명복을 왕위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명복은 12살의 나이로 우리나라 제 26대 왕 ‘고종’이 되었습니다.

고종의 즉위로 흥선군은 대원군으로 봉해졌습니다. 원래 대원군이란 조선시대에 왕이 후사 없이 죽었을 경우 그 후사를 종친 중에서 골라 왕위를 계승시킬 때 새로운 왕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고종이 아직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신정왕후 조씨가 수렴청정을 하였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국정의 모든 권한은 대원군의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1866년(고종 3) 대왕대비의 수렴청정이 끝나고 국왕이 친정을 수행하게 되자, 대원군의 위세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에 대원군은 안동 김씨 세력을 완전히 내치고, 당파와 신분에 관계없이 인재를 널리 등용시켰습니다. 그리고 독자적인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였습니다.

대원군은 부패한 관리들을 몰아내었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당쟁의 원인이 되는 많은 서원을 없애 버렸습니다. 이어 <육전조례>, <대전회통> 등을 펴내 법률 제도를 확립하여 나라의 기강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의 사치와 낭비를 철저히 막는 한편 신분에 관계없이 군포를 납부하게 하는 호포제를 실시했습니다. 또 대원군은 왕실의 위엄을 살리기 위해 경복궁을 재건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돈이 들었습니다. 공사비가 부족하므로 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로 하여금 원납전(기부금)을 강제로 내게 하여 백성들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 졌습니다. 마침내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려서 250년 동안이나 폐허가 되었던 곳에 경복궁이 우뚝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백성들의 원망을 쌓아 만든 건축물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흥선 대원군은 천주교를 탄압하고 쇄국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조선에 건너온 프랑스인 신부 9명이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으로 살해된 사건이 일어나자 프랑스에서는 천주교도에 대한 탄압을 항의하기 위해 1866년(고종 3) 함대를 이끌고 강화도에 침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함대 사령관 로즈는 7척의 함대를 이끌고 상륙하다가 40일 만에 쫓겨났습니다. 이때부터 ‘나라의 문을 닫아 서양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쇄국 정책과 천주교 탄압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1866년 7월에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평양에 이르러서 통상을 요구했습니다.
 “서양 오랑캐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우리 측에서 통상을 거절하자 그들은 대포를 쏘며 상륙하여 민가를 습격하는 등 행패를 부렸습니다. 이에 관군과 평양 백성들은 셔먼호에 불을 지르고 선원 24명을 모두 죽였습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1871년(고종 8), 미국은 군함 5척을 이끌고 강화도 앞바다에 침입하여 1866년 조선이 대동강에서 불살라 버린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관한 진상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우리나라와 무역을 위한 조약을 맺고자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강력한 방어에 곧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화해하는 길이요, 화해를 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흥선 대원군은 두 번의 큰 침략을 물리친 후 자신감을 얻고 더욱 강하게 외국과의 교류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방해하여 발전을 막는 큰 실수였습니다. 

1873년 11월(고종 10), 고종은 대원군의 섭정에서 벗어나 직접 정치를 도맡았습니다. 대원군은 정권을 내놓고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이로써 국내의 정치는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