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12월의 병자호란에 이어진 1637년의 삼전도의 치욕은 조선 후기 정국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미 쳤습니다. 먼저 인조의 두 아들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이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고 남녀노소를 포함한   수많은 포로들이 청으로 잡혀 갔습니다. 오랑캐라고 여겼던 청나라에 이러한 치욕을 당했다는데서 조선 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1644년, 청은 명을 멸망시켰고 그 이듬해에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은 8년간의 볼모(인질) 생활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청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청나라의 발전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던 소현 세자는 청나라를 과거의 야만국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의 강국임을 인정하고 국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청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탔던 인조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고 청에 대해 타협적인 태도를 갖는 장남 소현 세자가 못마땅하였습니다. 또 소현 세자가 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소현 세자를 미워하였습니다. 결국 장남인 소현세자는 인조에게 미움만 받다가 조선에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인조에게 독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인조가 세상을 떠나고 인조의 둘째 아들 봉림 대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가 조선 제 17대 임금 ‘효종’ 입니다. 효종은 아버지 인조가 청 태종 앞에서 모욕을 당했던 것을 두 눈 으로 보았고, 자신은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7년을 살면서 온갖 수모를 겪은 것을 생각하며 청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웠습니다. 그리하여 효종은 즉위 하자마자 북벌(청나라를 정복하는 것)을 계획하였습니다.
 “저 오랑캐들은 이미 망할 형세에 있다. 10년을 기한으로 군사를 훈련시키고 군장비와 군량을 비축해서 군사 10만 명을 양성하고 틈을 노려 명과 내통하여 기습하고자 한다.”

효종은 먼저 김자겸을 비롯한 조정의 친청파 대신들을 몰아내고 김상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등 청을  배척하는 사람들을 등용시켰습니다. 효종은 그들을 중심으로 군사 제도를 고치고 군비를 늘리는 한편, 군대 수를 이전보다 배로 늘렸습니다.

이 무렵, 네덜란드 사람인 하멜 일행이 일본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해 들어왔습니다. 조선 관군에 붙잡힌 그들은 이전에 조선에는 없었던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총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효종은 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북벌 계획이 은밀하게 진행되었지만 군의 증강은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후의 조선은 비참할 정도로 황폐했습니다. 대신들은 군사 시설과 군대를 강화해 국력을 튼튼히 하기 전에 백성들의 생활을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청은 효종의 생각과는 달리 그 힘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여 더욱 강해져만 갔습니다.  또 제도의 정비로 국가의 지배 체제를 더 확고히 하면서 청나라는 동아시아의 절대강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습니다.

청에 대한 정벌이 점점 더 불가능한 일이 되어가는 데다가,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조정 대신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차츰 반청의 분위기는 약화되면서 북벌은 흐지부지해졌습니다.
결국 1659년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북벌 계획은 그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