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왜군은 상륙하기가 무섭게 조선 땅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힘없고 약한 백성들은 모두 죽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때 뜻있는 애국자들이 각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왜란이 일어난 후 최초의 의병을 일으킨 사람은 곽재우였습니다. 그는 의령에서 의병을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종 10여 명을 데리고 이불을 찢어 깃발을 만들고 붉은 관복을 입은 다음, 집 앞 나무에 북을 매달아 그것을 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는 왜군과 싸울 때 늘 붉은 갑옷을 입었는데, 이 때문에 ‘홍의 장군’이라고 불렸습니다. 

곽재우는 신출귀몰한 전술에 따라 용감히 싸워 연이은 전투에 계속하여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곽재우의 거듭되는 승전 소식을 듣자 산 속에 숨어서 동정을 살피던 남자들이 무더기로 내려와 홍의장군의 깃발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10여 명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의병의 수는 수백 명으로 불어나 마침내 2천 명을 헤아리는 대 부대가 되었습니다.

곽재우의 의병부대는 여러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정암진 전투야말로 그의 의병 활동 중 가장 빛나는 승리로 꼽히는 싸움입니다. 1592년 6월 함안을 점령한 왜군 2만 명은 의령을 공격하기 위해 정암진에 도착해서 강을 건너기 위한 작전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이순신이 바다를 가로막는 바람에 해안으로 상륙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육로를 통해 전라도를 침범할 계획을 세운 것이었습니다. 접전을 벌인 끝에 이 싸움에서 2만에 가까운 왜군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참패하였습니다. 그 뒤부터 왜군은 홍의장군만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이 나타났다!” 하면서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곽재우는 왜군으로부터 의령, 합천 등의 고을을 지켜냈고, 또 현풍, 창녕, 영산에 침략한 왜군을 물리쳤습니다.

한편 김천일은 도성을 지키기 위해 송제민과 함께 나주에서 의병 3백 명을 모아 북으로 출병했습니다. 그는 수원의 돌성 산성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유격 활동을 벌여 수차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경기도 전역에서 의병을 모집한 우성전은 강화도에 근거를 두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김천일 군대와 합세하여 일본군을 무찔렀습니다.

김덕령은 전라도 담양에서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권율 장군은 김덕령의 휘하에서 왜군의 호남 진출을 막기 위해 진해, 고성 지방을 방어했으며, 이들은 홍의 장군 곽재우와 힘을 합쳐서 적의 대군을 연이어 무찔렀습니다.

이 같은 의병 활동 중에는 특히 승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승려들만으로 이루어진 승군은 농군 중심의 의병과는 달리 민첩하고 정신력이 뛰어났습니다.

서산대사로 더 잘 알려진 휴정은 선조의 명을 받들어 조선 팔도의 사찰에 격문을 보내 승병 결성을 독려하였습니다. 금강산 표훈사에 있던 휴정의 제자 사명당 유정은 휴정의 격문을 받고 다시 사방에 글을 띄워 무리를 모아 평양에 도착하였는데, 그 수가 거의 천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들 승병들은 경비나 무너진 성의 보수와 같은 임무에 투입되어, 여러 곳에서 이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충청도에서는 곽재우, 고경명과 거의 동시에 거병한 조헌이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역 유생 10여 명과 함께 공주와 청주를 오가며 의병을 모집, 옥천에서 봉기했습니다. 이들은 차령에서 왜군에게 포위되어 공격을 받았지만 이를 용감하게 격퇴시켰습니다.

의병장 조헌 부대와 승병장 영규는 금산에 주둔하고 있던 왜군을 치러 다시 남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싸움에는 관군도 합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관군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멈칫거리고 있는 사이, 일본군이 공격해 왔고 이들은 7백 명밖에 안되는 의병을 이끌고 왜적과 싸우다 모두 전사하였습니다.

다음날 일본군이 물러간 뒤, 시체가 되어버린 7백구의 시체를 거두어 한 무덤을 만들고 ‘금산 7백 의총’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4개월째인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충청남도 금산군 의총리에는 7백 의사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