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연산군 4년) 이후 약 50년간 관료간의 대립으로 인한 대 옥사는 ‘을사사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후 명종 22년, 명종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어려서 죽고 조정의 왕위는 중종의 손자인 하성군에게 넘어갔는데, 그가 ‘선조’였습니다. 

선조 초기에는 왕권의 신장을 위하여 성리학도와 손을 잡게 되어 사림파의 세력은 정권을 장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사림파의 정계 장악으로 관직에 오를 자격자는 많아졌으나 관직은 한정되어 있어 점차 당파의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림은 그 성격상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위 관직을 차지한 구세대와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세대, 이들 선배와 후배 간에는 일종의 세대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어느 정도 현실 타협적인 특성을 갖는 반면, 신세대는 타협보다는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패기가 있었습니다. 사림 선후배간의 인식 차이는 외척 심의겸의 정치 관여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데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의겸은 명종의 처남이었습니다. 그는 외척으로서 선조 때에도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사림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또 사림이 정치적 곤경에 빠졌을 때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선배 사림의 대부분이 심의겸을 사림의 동조자로 받아들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배 신진 사림들은 심의겸을 곱게 보지 않았습니다. 사림 정치가 추구하는 것은 공론에 의한 정치이지 소수 권력가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외척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던 중 선조 8년인 1575년, 이조 정랑의 자리에 있던 신진 사림 김효원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선출할 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랑 직은 그 직위는 낮았으나(정5품) 인사권을 쥐는 직책으로, 국왕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전임자가 후임자를 추천하면 공의에 부쳐서 선출하였으므로 관료들 간의 집단적인 대립의 초점이 되었습니다.
 김효원은 자신의 후임자로 물망에 오른 이가 심의겸의 동생임을 일게 되었습니다. 김효원은 이조 벼슬이 외척 집안의 소유가 되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김효원 편에 선 사람들이 동인이 되었고, 심의겸 쪽 사람들이 서인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는 처음에 동인과 서인의 대립을 해소시키려는 조정 책을 펼쳤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이이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통합만이 옳고 분립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건전한 붕당 정치를 통해 정국을 바르게 이끌고자 선조 16년에 서인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동인, 서인의 붕당 정치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붕당이 복수로 존재하면서 상대 당을 국정을 함께 논의할 상대로 인정하는 정치 형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여 서로 대립하면서 잘잘못을 견제하여 부패를 막는 정치 형태가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서인은 이이와 성혼이 중심이 되었으며, 동인은 주로 이황, 조식, 서경덕의 제자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이후 붕당은 동인이 남인․북인으로 나누어지고 , 서인이 노론․소론으로 분열하면서 복잡한 분기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붕당 정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상대방과의 균형을 통한 정국 운영이라는 원칙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붕당과 붕당 간의 견제와 균형의 틀은 점차 깨지기 시작하면서 나라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