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꽃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꽃입니다. 그러나 국화가 가을에만 피는 것은 아닙니다. 가을꽃의 대명사이기는 하지만 여름에 피는 하국(夏菊)과 겨울에 피는 동국(冬菊)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꽃이 국화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장례식이나 산소에 흰국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흰국화는 신라시대 이전에 이미 개량종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니 사용한 기간도 오래 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국화는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 종류가 많기로도 으뜸입니다. 색깔도 다양하지만 모양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꽃의 색깔이 지나치게 화사하거나 강렬하지 않고 은은해서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재배하였던 꽃으로 백제의 왕인은 일본으로 가면서 국화를 가져가 일본 국화의 시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

옛날 중국에 근항경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왔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 중에서 심술궂은 영보 영감은 근항경을 괴롭혔습니다. 영감은 일부러 자기 집 소를 풀어 근항경의 밭을 망치도록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영보 영감의 행동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근항경은 영감에게 항의도 하지 않고 다시 열심이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방이라는 현자가 그해 9월 9일 마을에 닥칠 재앙을 알려주었습니다. 재앙을 막으려면 집안사람 모두가 주머니를 만들어 주머니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 차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 술을 마셔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현자는 마을 사람과 영보 영감에게도 그런 사실을 알려주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현자의 말을 믿고 걱정을 하던 사람들도 영보 영감이 현자를 무시하면서 비웃는 것을 보고 이내 영보 영감의 편을 들었습니다. 근항경은 마을 사람들이 화를 입을까 걱정이 되어 설득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미친놈’라고 무시하였습니다.

이윽고 9월 9일이 다가왔습니다. 근항경은 산수유 열매가 가득 든 주머니와 국화 주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 사람들과 영보 영감을 설득하였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영보 영감의 아들만이 근항경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동쪽하늘에서 해가 뜨기 시작했을 때, 마을에서는 집과 가축, 그리고 사람들이 휩쓸려가는 아우성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보 영감의 아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다가 ‘악’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습니다.  근항경은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산꼭대기에 올라 국화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잠에서 깨어 난 근항경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엔 돌무더기만 남아 있을 뿐 모든 가축과 사람과 집들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마을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근항경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국화주는 액운을 면하게 해주는 축복의 술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매년 음력 9월 9일을 ‘중량절’로 정해 국화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알아보기

♤과명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 : Chrysanthemun morifotium
♤별명 : 동리군자. 은군자
♤개화기 : 10∼11월
♤꽃색 :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 등
♤꽃말 : 진실. 고결. 맑음

꽃과 관련된 문학작품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박남수

마지막 꽃에 얼맞도록 국화는
가냘픈 꽃잎을 벌리고 바람에 몸을 떤다.
몸 향기를 바람에 태워
세상을 황홀하도록 향기 속에 적시고 있다.
국화에 묻히어
나도 지금 한 가지 국화가 되어 간다.
어지러운 티끌에 오염된 머리를 바래고
내가 지금 국화 앞에서 그 황홀한 빛깔 속으로 들어 간다.
-----------------------


송순의 시조

풍상(風霜)이 섯거 친 날에 갓 픠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다마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挑李)야, 곳이오냥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이정보의 시조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어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