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에게는 많은 사랑의 일화들이 따라다니지만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청년 아도니스와의 사랑은 특히 열렬했다.
아프로디테가 거품 속에서 나와 처음 도착한 곳은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도니스와  아프로티테 

파포스의 왕 키뉴라에게는 스미르나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자 왕은 자신의 딸이 자랑스러운 나머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답다고 공공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를 노여워한  아프로디테는 스미르나의 마음에 아버지 키뉴라에 대한 사랑이 불타게 만들었다. 도리에 어긋난 자신의 사랑에 괴로워하던 스미르나는 고민 끝에 목매어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유모에게 발각되어 죽지도 못하고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유모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유모는 괴로워하는 공주를 위해 “아버지를 그렇게 사랑하고 계신다면 제가 공주님을 도와서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열이틀 밤이나 왕을 속인 채 스미르나를 아버지와 함께 자게 하였다. 열이틀 째 되던 밤, 아버지 키뉴라는 드디어 자신이 매일 밤 함께 잔 여자가 자신의 딸 스미르나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격노한 왕은 칼을 빼서 딸을 죽이려고 했다. 겁에 질린 스미르나는 신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신들은 그녀를 뮈르라 나무로 변신시켜주었다.

그 후 열 달이 지나자 뮈르라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나무줄기 안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나게 되었다. 이 아이가 바로 아도니스이다.
아이가 대단히 아름다운 것을 본 아프로디테는 ‘다른 신들이 가로채지 못하도록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장소에 숨겨두어야겠다.’ 고 생각하며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은밀히 길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도 역시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프로디테가 무슨 말을 하여도 아도니스를 돌려주지 않았다.
두 여신의 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제우스가 중재자로 나서게 되었다.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일 년을 세 계절로 나누어 한 계절은 페르세포네와, 또 한 계절은 아프로디테와 지내고 나머지 한 계절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지내라고 했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더 사랑해 자신의 자유에 맡겨진 3분의 1을 아프로디테와 지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아도니스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프로디테와 지상에서 함께하는 기간은 꽃이 피는 봄부터 나뭇잎이 지는 가을까지이고 꽃과 나무가 시들어죽는 겨울엔 어두운 지하세계로 가서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아프로디테와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사냥을 나간 아도니스가 그만 멧돼지에 받쳐 죽고 말았다. 이 멧돼지는 아프로디테를 사랑하던 아레스가 질투심에 불타 변신한 것이었다.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 나왔고 그 피에서 꽃이 생겨났다. 이 꽃이 아네모네이다.

아네모네는 그리스어인 아네모스(바람)에서 온 것으로 바람의 꽃이라는 뜻인데 이는 바람이 불면 꽃이 피고 다시 두 번째로 바람이 불면 꽃잎이 진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