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둘째딸로 헤스티아와 헤라의 가운데이다.

가이아가 우주적인 관점에서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대지의 여신이라면 데메테르는 농사 특히 곡물의 신이다. 이 여신에게는 제우스와 사랑하여 얻은 페르세포네란 아리따운 딸이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이복 자매인 아테나 및 아르테미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고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한번 본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데메테르가 딸을 어두운 지하세계로 시집보낼 것 같지 않자 하데스는 제우스의 동의를 얻어 그녀를 지하세계로 납치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청명한 봄날 오후 페르세포네는 친구들과 함께 꽃구경을 하다가 그녀 앞에 피어있는 한 송이 수선화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땅이 열리고 어둠 속에서 하데스가 나타나 번개처럼 페르세포네를 낚아채어 땅 밑으로 사라졌다.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로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절규했다. 이 소리를 들은 데메테르는 밤낮으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양손에 횃불을 들고 산과 들과 바다 위를 미친 듯이 쏘다니며 딸을 찾아 다녔다. 이렇게 9일간을 헤매고 다닌 후 열흘 째 되던 날 달의 여신 헤케테를 만났다. 헤케테는 페르세포네의 비명소리는 들었으나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양신 헬리오스는 이 모든 사건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그래서 딸을 잃고 비탄에 잠긴 어머니 데메테르에게 이 일이 하데스와 제우스의 계략임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페르세포네를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결혼시키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제우스의 배반에 실망한 데메테르는 올림포스를 등지고 지상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인간의 어머니처럼 이리저리 떠돌던 데메테르는 어느 날 초라한 노파의 모습으로 엘레우시스라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우물가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나라 왕 켈레오스의 딸들을 만났고 우여곡절 끝에 왕궁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왕궁에서는 마침 왕비 메타네이라가 아들 데모폰을 낳아 유모를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메타네이라 왕비는 데메테르에게 궁전에 머물면서 그녀의 아들 데모폰의 양육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왕과 왕비는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이들의 친절에 보답하기위해서 데메테르는 정성을 다해 아기를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데메테르는 자기가 돌보는 아이를 죽지 않는 불사의 인간으로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침이면 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이며 밤중에는 몰래 아기를 난롯불 속에 넣어 구웠다.

얼마가 지난 후 어느 날 밤 왕비는 데메테르가 아기를 불속에서 굽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아기를 빼앗았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자 화가 난 데메테르는 메타네이라에게 “아, 인간의 어리석음이여, 언제 행운이 오고 언제 불행이 오는 줄 모르는구나. 나는 네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네가 망쳐놓았으니 아이는 이제 죽어야 할 운명으로 되돌아가고 말았구나. 그러나 저 아이가 영광스러운 삶을 누리게 해주마. 나는 데메테르 여신이다” 라며 정체를 밝혔다. 그러자 여신은 예전의 눈부신 자태를 드러냈고 왕과 왕비는 데메테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왕에게 자신을 위한 신전을 세우고 큰 제사를 올리라고 명했다. 왕은 즉시 사람을 모아 여신의 분부대로 신전을 지었고 그 신전으로 데메테르를 모셨다.

그러나 여전히 제우스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었던 데메테르는 신전에 틀어박힌 채 자신의 직분인 농사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러자 땅은 메말라 황폐해지고 온 세상은 황무지가 되어 인간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되었다. 이에 놀란 제우스가 데메테르를 달래보았으나 데메테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하데스에게 보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낼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이미 지하에서 석류 씨를 먹었기 때문에 지하세계와 영원한 인연을 맺은 후였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하던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를 일 년 중 여덟 달은 지상에서 데메테르와 함께 지내게 하고 나머지 넉 달은 지하에서 하데스와 지내게 하는 것이었다.  데메테르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페르세포네를 만날 수 있었다.

  딸 페르세포네를 만나는 데메테르 
그제서야 올림포스로 돌아간 데메테르는 다시 자신의 직분을 시작하여 대지에는 푸르름이 돌아왔고 경작지는 풍요로움을 되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