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바다와 하늘이 생기기전 모든 만물은 형태가 없는 하나의 덩어리였다. 이것을 카오스(혼돈)라고 부른다. 이때는 땅과 바다와 공기가 한데 뒤섞여 땅은 아직 굳어져 있지 않고 바다는 흐르지 않으며 공기도 투명하지 않았다.

제우스는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진흙을 물에 반죽하여 아름다운 여자를 빚게 했다. 

이 혼란을 끝내기 위해 신은 땅과 바다에서 하늘을 나누었다. 그리고 땅위를 정리했다. 산을 세우고 골짜기를 파고 숲과 샘과 들판을 여기저기 놓았다.

그 후 신은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을 빚어 인간과 짐승의 형상을 만들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각 짐승들에게 능력을 한 가지씩 나누어 주었다. 그 일은 에피메테우스 (‘뒤늦게 깨닫는 자’ 라는 뜻)에게 맡겨졌다. 그러자 에피메테우스는 동물의 종류에 따라 어떤 동물에게는 날개를, 어떤 동물에게는 날카로운 발톱을, 또 어떤 동물에게는 딱딱한 등껍질을 무기로 주었다.

  상자의 뚜껑을 열고 있는 판도라. 

드디어 인간의 차례가 되었으나 다른 동물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 난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날카로운 발톱도 날 수 있는 날개도 없는 인간은 다른 짐승들의 밥이 될 신세가 되었다. 몹시 난처해진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 (‘앞서 배우는 자’라는 뜻)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을 빌어 하늘로 올라가 태양의 전차에서 그의 횃불에 불을 옮겨 붙여 들고 내려와 인간에게 주었다. 이 선물로 인간은 동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무기를 만들고 땅을 경작하는 도구도 만들었다. 또 집을 덥혀서 추위도 막았고 여러 가지 기술도 익히게 되었다.

그러나 불은 천상의 보물로서 제우스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었고 이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제우스는 크게 화가 나서 프로메테우스와 그 불을 받은 인간을 벌하려고 마음먹었다. 제우스는 쇠사슬로 프로메테우스을 기둥에 묶고 큰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을 쪼아먹게 했다.

  기둥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에의 간을 쪼아먹는 독수리  

그리고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진흙을 물에 반죽하여 아름다운 여자를 빚게 했다. 이 여자에게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교태를, 헤르메스는 염치없음과 교활한 성격과 거짓말을 넣어주었다. 이 모두가 제우스가 바라던 바였다.

이 최초의 여자의 이름이 판도라였다. 신들로부터 온갖 선물을 받은 판도라는 아름다운 황금 옷을 걸치고 헤르메스에게 인도되어 지상에 있는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졌다.  제우스의 선물을 조심하라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경솔한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 말을 잊은 채 얼른 판도라를 받아 들였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조그만 상자 하나를 선물로 가져온 판도라는 신들이 상자를 절대로 열어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으나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결국 상자의 뚜껑을 열고 말았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는 온갖 재앙과 불행이 밖으로 나와서 세상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상자를 닫았으나 다른 모든 것들은 빠져나가고 맨 밑바닥에 있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부터 인간은 온갖 재앙과 불행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괴로움을 겪더라도 끝까지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은 이 희망이 마지막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