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인간이 이 세상에 살기 시작 하였을 때는 황금시대라는 행복한 시절이었다. 규칙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벌주거나 위협하지 않아도 진리와 정의가 이루어졌다. 인간이 굳이 수고해서 씨앗을 뿌리고 경작하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것이 나왔다. 일 년 내내 봄날같이 화창했으며 꽃이 피었고 강은 젖과 꿀이 넘쳐흘렀다.
다음에는 은의 시대가 이어졌다. 황금시대보다는 못했다. 일 년 내내 따뜻한 봄 날 같은 화창한 날씨를 제우스는 네 계절로 나누어버렸다. 이때부터 인간은 더위와 추위를 겪게 되었고 이 때문에 집이 필요하게 되었다. 곡식은 그저 생기지 않았고 씨를 뿌리고 땅을 경작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 뒤 청동시대가 왔다. 인간의 마음은 거칠어지고 힘센 자가 이기는 시대였다. 그러나 그 뒤에 올 철기시대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뒤이어 온 철기시대는  범죄가 온 세상을 홍수처럼 덮었고 폭력과 탐욕이 넘쳐났다. 인간은 땅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땅속까지 파고들어가 광석이며 철광석을 캐내게 되었다. 이 철로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서로 믿을 수 없게 되었고 가족의 사랑도 짓밟히게 되었다. 땅위는 죽고 죽이는 일로 피비린내로 젖게 되었고 마침내 이를 노여워한 신들은 인간을 더 이상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천진과 순결의 여신 아스트라이만마저도 지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인간세상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제우스는 회의를 소집하여 여러 신들을 불러 모았다. 신들은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하늘의 궁전으로 서둘러갔다. 이때 그들이 지나간 길이 바로 맑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이다. 제우스는 모여 앉은 신들에게 인간세상의 끔찍한 모습을 설명한 뒤 인간을 모조리 멸망시켜버리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족 즉 신을 숭배하는 착한 인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우스는 천둥번개를 지상에 내려 인간을 남김없이 없애려 했으나 그 불길이 하늘로 치 솟아오를까봐 홍수로 다 쓸어버리기로 작정했다.

제우스는 구름을 마구 뿌리는 북풍 보레아스를 잠들게 하고 비를 내리는 남풍 노토스를 보냈다.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덮게 하고는 손바닥으로 구름을 한 번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번개가 치고 성난 빗줄기는 닥치는 대로 땅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강물은 순식간에 불어 농부들이 일 년 내내 애써 가꾼 농작물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였다.

홍수가 시작되고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번개가 치고 성난 빗줄기는 닥치는 대로 땅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제우스는 자기가 일으킨 홍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동생 포세이돈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 포세이돈은 바다에서 큰 풍랑을 일으켜 대지를 덮쳤다. 온 땅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지진을 일으켜 땅을 뒤흔들고 바닷물을 해안으로 밀어 올려 모든 것을 떠내려 보냈다. 이렇게 비는 9일동안 계속됐고 땅위의 모든 것은 물속에 잠겨버렸다. 이제 높은 산봉우리 몇 개만이 겨우 물위로 섬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