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는 카오스(혼돈)만이 있었다.
카오스란 모든 것이 아무런 구분도 없고 뒤섞여있는 하나의 덩어리이다. 하늘도 땅도 해도 없었고 모양도 없이 두터운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가이아는 태초의 혼돈인 카오스에서 태어난 대지의 인격신이다. 

얼마 지나서 카오스는 가장 먼저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탄생시켰다. 가이아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대지(땅)로 그 위에 인간들의 세상이 세워졌다. 곧 이어서 사랑의 신 에로스가 생겨났다. 그 뒤 카오스로부터 닉스와 에레보스가 태어났다. 닉스는 밤하늘의 맑은 어둠의 여신이고 에레보스는 땅속의 칠흙 같은 어둠의 남자 신이다.

닉스와 에레보스가 에로스의 힘을 빌려 아이테르와 헤메라를 낳았다. 아이테르는 땅위를 비추는 밝은 빛으로 남자 신이며 헤메라는 낮의 여신이다. 즉, 이들에 의해서 밤과 낮 그리고 땅속의 어둠과 천상의 빛이 생겨난 것이다.
 
한편 가이아는 대지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혼자 힘으로 우라노스(하늘)를 낳아 자신을 뒤덮게 하였다. 그 뒤 오레(산맥)와 폰토스(바다)를 낳았다. 이렇게 우주를 생성한 후 가이아는 우라노스와 어울려 열두 명의 티탄과 외눈박이 퀴클롭스 삼형제와 손이 백 개나 달린 헤카톤케이르 삼형제를 낳았다.
티탄의 맏형인 오케아노스(대양)는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물을 상징하고 휘페리온은 빛의 상징이다.
퀴클롭스 삼형제 브론테스, 스테로페, 아루게스는 각기 천둥과 번개, 벼락의 신들이다.
헤카톤케이르는 폭풍우와 같은 거칠고 무서운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괴물이다.
가이아는 또 폰토스와 어울려 네레우스와 타우마스, 바다 괴물들의 아버지인 포르퀴스를 낳았다.
 
이렇게 하여 천지가 열렸고 이제 남은 것은 신들과 인간의 출현이었다.